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충수염 수술을 받은 이 부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재판을 연기해준 재판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는 22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 부회장 측은 이날 재판에 앞서 “재판부가 기일을 연기해줘서 피고인이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법원에 출석했다. 흰색 마스크를 쓴 이 부회장은 입원 도중 체중이 약 7㎏ 줄어 수척한 모습이었다. 국민참여 재판을 원하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아닙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내에 가장 큰 대법정에서 진행됐다. 검찰에서는 11명이 출석했고, 이 부회장 등 삼성 측 변호인단도 약 30명이 나왔다.
오전 재판에선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를 담은 프레젠테이션(PPT)이 진행됐다. 검찰은 “검찰이 오해하고 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과 공소사실을 호도하는 주장들이 있었기에 재판부의 오해가 없도록 공소제기 취지를 설명하겠다”며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이 반박한 사실에 대해 재반박하는 내용을 PPT에 담았다.
검찰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와 시세조종이 있었다고 봤다.
검찰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자사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합병했고,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2시 재개되는 재판에선 변호인 측의 재반박 PPT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