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비혼족ㆍ딩크족과 상속 문제

입력 2021-04-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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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모습의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이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비혼족, 의도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고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는 딩크족 같은 사람들도 그중 일부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비혼 독신에 대해 80% 이상이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고, 무자녀 부부와 비혼 동거도 60% 이상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도 50% 가까운 사람들이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 관계를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를 보면, 비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 법은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가족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속 문제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을까. 비혼족의 상속 문제를 생각해 보자.

최근 개그맨 박수홍 씨 재산과 관련한 문제가 많은 이슈가 됐다. 박수홍 씨의 경우 재산의 대부분을 형이 가지고 갔고, 조카가 “삼촌 유산 내 거에요”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혼족들을 화나게 했다.

박수홍 씨가 형에게 재산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만일 박수홍 씨가 형에게 재산을 돌려받은 다음에도 계속 비혼족으로 살다가 죽으면, 박수홍 씨의 재산은 다시 조카에게 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 법은 상속인의 순위를 정하고 있는데, 1순위는 자녀 및 배우자, 2순위는 부모,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이내 친척이다. 비혼족의 경우 자녀 및 배우자가 없고, 부모는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형제자매에게 유산이 가게 되고 형제자매가 죽으면 결국 그 자식인 조카에게 재산이 가게 되므로 최종적으로는 조카에게 재산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박수홍 씨가 만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박수홍 씨가 사망한다고 해도 재산은 조카에게 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법상으로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어 상속에 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인 사유리 씨도 최근 새로운 모습의 가족을 이룬 사례로 알려져 있다. 사유리 씨는 결혼하지 않고 정자은행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아이를 출산했다. 사유리 씨는 배우자가 없으므로 사망할 경우 자녀가 유일한 상속인이 되는데, 만일 아이가 어릴 때 사유리 씨가 사망한다면 다소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아이가 물려받은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고, 아이를 돌봐줄 마땅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박수홍 씨의 경우에는 자신이 재산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미리 증여하거나 유언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형제자매에게는 유류분이 있어서 박수홍 씨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마음대로 재산을 주기도 어렵다. 필자는 형제자매에게까지 유류분을 인정해야 하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

사유리 씨의 경우에는 신탁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유류분을 피하거나 절세를 위한 방법으로 신탁을 활용하는 것에는 의문이 있지만 사유리 씨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신탁은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믿을 만한 사람이나 기관에 재산을 맡겨두는 것이다.

최근 새로운 가족관계를 어떻게 우리 법이나 제도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인지, 상속 관련 제도들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관해 민간이나 정부 차원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유류분 제도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현행 법 제도가 변화하는 가족 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새로운 가족 형태에 맞는 합리적인 상속 제도로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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