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무료 로켓배송에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최저가 보상 정책을 들고 나오며 시작된 '최저가 전쟁'이 유통가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형마트에 이어 홈쇼핑과 슈퍼, 편의점 등이 앞다퉈 할인 공세에 나서고 있어서다.
편의점도 초저가 PB 상품을 내놓으며 최저가 경쟁에 뛰어 들었다. CU는 22일 BGF리테일의 통합 PB ‘헤이루(HEYROO)’를 통해 대형마트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헤이루 라면득템’과 ‘헤이루 스파클링’을 출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헤이루 라면득템’ 다섯 봉지가 포장된 번들 가격이 1900원이다. 봉지당 가격으로 따지면 기존 편의점 봉지라면 평균가의 1/4 수준인 380원, 업계 최저가다.
이는 CU가 판매하고 있는 전체 상품 중 츄파춥스(250원), 트윅스 미니 초콜릿(300원)에 이어 3번 째로 낮은 가격이다. 요리의 부재료로 주로 사용되는 라면사리(400원)보다도 20원 저렴하다.
CU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필두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상품들을 잇따라 내놓는 것은 편의점 장보기 문화가 확산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근거리 쇼핑 선호하는 소비자가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으로 향하며 생필품 및 식재료 매입 규모가 늘면서 자연스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가격에 소비자 반응도 즉각 나타나고 있다고 CU는 설명했다. 2월 출시된 ‘HEYROO 우리쌀밥(5940원, 6입)’은 최근 일주일(13~19일) 매출이 출시 주 대비 220.9% 증가했다.
CU가 이달 채소 전문 유통 채널인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와 손잡고 판매하고 있는 소용량 채소 6종(대파, 깻잎, 모듬쌈, 매운고추, 오이맛 고추, 깻잎&상추)은 대형마트 대비 최대 55%까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CU의 채소 카테고리 전체 매출을 전월 동기(1~19일) 대비 22.1% 늘렸다.
슈퍼 역시 할인 정책에 힘을 싣는다. 롯데슈퍼는 창립 21주년을 맞아 21일부터 27일까지 ‘21살 생일파티’를 테마로 창립 행사를 진행한다.
우선 고객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인기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대표 상품으로 ‘크리넥스 3겹순수 소프트(30m*30롤)’를 엘포인트 회원이 행사카드(롯데/KB국민/NH농협/신한)로 결제하면 4000원 할인된 1만 3900원에, ‘CJ햇반(210g*10입)’을 행사카드로 결제하면 1000원 할인된 99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고품질의 다양한 인기 신선식품도 대폭 할인 판매한다. 대표 상품으로 11브릭스(brix) 이상 당도를 가진 제품으로 선별한 ‘함안/부여 수박 6호(각1통/6kg이상)’를 1만 8900원에, 1년 중 가장 맛있는 주꾸미 제철을 맞아 ‘생물 주꾸미(100g/태국산)’를 1990원에 선보인다. ‘LA갈비(100g/미국산)’도 준비해 행사카드로 결제하면 2190원에 구입할 수 있다.
홈쇼핑 업계는 이커머스와 대형마트의 최저가 전쟁에 '참전'을 선언했다. 롯데홈쇼핑은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2500개 브랜드 총 5000억 원 규모 할인 행사 '광클절'을 연다.
광클절은 지난해 생긴 롯데홈쇼핑의 대표 쇼핑 행사다. 지난해 10월 첫 '광클절' 행사를 진행한 롯데홈쇼핑은 당시 누적 주문 200만 건을 기록했고, 주문금액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 늘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광클절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 발걸음을 끈다는 계획이다. 패션부터 가전, 식품 등 2500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TV와 모바일 등 롯데홈쇼핑의 모든 채널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롯데홈쇼핑은 행사 기간 매일 선착순 10만 명에게 5만 원 이상 주문 때 사용할 수 있는 1만 원 상당의 '광클 지원금'을 할인 쿠폰 형태로 준다. 유료 회원제인 '엘클럽' 회원에게는 일반 고객보다 최대 100배 적립금을 준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코로나19로 불편함을 겪은 고객에게 다양한 쇼핑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도 광클절 행사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이외 현대홈쇼핑은 다음달 '슈퍼H페스타'를, GS홈쇼핑은 '상상초월' 특집전을 통해 할인과 함께 사은품 등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가에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할인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대형 유통사가 사실상 '갑'인 상황에서 할인 정책이 계속되면 결국 납품 업체(제조사)가 납품가 인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영세한 제조사의 경우 납품가 인하 압박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제조사의 경우 무조건적인 단가 인하 압박에 납품을 거부하는 등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대응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영세 제조사"라며 "관행처럼 이뤄지는 단가 인하 압박에 불복하면 향후 입점조차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