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보조하기 위한 방안으로 퇴직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은퇴 후 생활이 쉽지 않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만으로 은퇴 생활을 하는 것은 힘들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최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노인 가구의 소비수준을 고려한 필요 노후소득 연구' 자료에 따르면 노인 단독가구의 필요 노후 소득은 월 130만 원, 부부 가구는 월 210만 원으로 산출됐다.
하지만 2019년말까지 가입 이력 자료로 추정한 결과 노인 단독 가구 필요 노후소득인 130만 원을 공적연금으로 수급받는 사람은 은퇴예정 세대 중 8.41%(남성 15.95%, 여성 0.79%)에 불과했다.
공적연금 이외 소득 충당방안으로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활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국민연금과 같은 의무가입이 아니다. 도입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2019년 기준 사업장 도입률은 27.5%에 불과하다. 특히 대기업이 아닌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가입률은 24.3%로 더욱 낮아진다.
지난달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퇴직기금을 만들어 운용할 수 있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중소기업 입장에서 관리부담이 덜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에 공적인 성격을 더해 의무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급격한 고령화로 장수리스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적연금은 재정문제로 확대에 한계를 가진만큼 사적연금 활성화를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선진국은 퇴직연금 활성화 과정에서 강제형, 혹은 준강제형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을 강제화하기 위해 사업주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사적연금에 대한 가입을 강제할수록 세제 혜택, 보조금을 지급하고, 종신연금을 수령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수수료와 가입자에 대한 지원금을 고려하는 한편, 퇴직연금을 퇴직연금을 중도인출이 되지 않는 준공적연금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경희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도 "퇴직연금에 대한 지원은 잦은 이직으로 소액적립금이 생활자금으로 소진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며 "은퇴연령까지 퇴직연금이 중도인출되지 않도록 중도인출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긴급자금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담보대출 등 대체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도 "연금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퇴직연금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일시금이 아닌 연금수급을 받게 일정 부분 강제한다면 추가적인 부담 없이 노후소득보장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퇴직연금이 어떤 식으로든 준공적연금화돼 중간계층 이상 은퇴자의 노후소득원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면, 국가는 저소득층 노인의 기초보장에 투입할 수 있는 가용자원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