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직업병과 관련한 작업환경측량보고서(작측보고서) 일부 내용이 공개된다.
1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5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소속 이종란 노무사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정보공개 결정을 취소한 재결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 판단에 특별히 부당한 점이 없다고 보고 심리 없이 기각하는 제도다.
앞서 반올림 측은 2018년 백혈병ㆍ림프암 등에 걸린 삼성전자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입증하기 위해 1994∼2015년 기흥공장과 화성공장의 작측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노동당국에 청구했다.
작측보고서에는 사업주가 발암물질인 벤젠 등 작업장 내 유해물질 190종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한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된다.
고용노동부는 작측보고서에 대한 공개를 결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작측보고서에 연구와 투자의 산물인 공정ㆍ설비 등 영업비밀이 담겨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요청하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산자부는 삼성전자의 작측보고서 내 정보를 국가핵심기술로 판정했고, 중앙행심위도 공정명과 화학제품명 등의 공개를 취소하는 재결을 내렸다.
반올림은 중앙행심위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작측보고서에는 공정ㆍ설비의 배치, 해당 공정에 최적화된 화학물질 및 신기술ㆍ신제품의 특화 공정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삼성이 경쟁 업체에 비밀로 유지해야 할 기술적 노하우인 만큼 공개되면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기흥공장의 작측보고서 내 라인(Line), 층(F), 베이(Bay) 정보를 삭제한 △예비조사 결과 중 ‘측정대상공정’과 ‘부서 또는 공정명’ △작업환경측정개요 중 ‘부서 또는 공정’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라인, 층, 베이 정보를 제외한 공정명만을 공개할 경우 다른 정보와의 조합 가능성이 없고, 공정명만으로는 공정의 순서와 면적의 배치 등을 계산하기도 어려워 경쟁업체로서는 삼성의 공정 배치 방식을 유추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삼성전자 측 주장대로 개략적인 공정 배열 순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정도의 정보가 경영상ㆍ영업상 비밀로서 유지할 상당한 이익이 있는 기술적 노하우라고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이 대부분 공개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기술유출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