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밝힌 LG전자가 스마트폰 해외 생산기지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공장을 포함한 사업 매각에 실패하며 부지 청산ㆍ폐쇄가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떠올랐지만, 일부 지역에서 현지 직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해외 스마트폰 공장에 대한 향후 처리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실질적으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해외 거점은 베트남 하이퐁과 브라질 타우바테, 중국 칭다오까지 총 세 곳이다.
사업 철수에 따른 움직임이 가장 빠르게 인 곳은 브라질 타우바테다. LG전자는 타우바테 공장에서 스마트폰뿐 아니라 모니터와 노트북 등 IT 제품을 생산해왔다. 인력 규모는 1000여 명, 공장 인력은 700명 수준이다.
LG전자는 이달 초 타우바테 공장 근로자들이 속한 해당 지역 금속노동자조합(Sindmetau)과 진행한 면담 과정에서 IT 제품 제조설비를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나우스시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 등이 이전 이유다.
사실상 공장 폐쇄다. 마나우스로 IT 제조 설비가 이전된다면 타우바테에는 콜센터와 스마트폰 서비스를 담당하는 일부 인력만 남게 된다. 설비가 아예 이전된다면 스마트폰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에 대한 고용 안정도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문제는 현지 직원들의 반발이다. 타우바테 노조는 12일(현지시간)부터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고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시위를 시작했다. LG전자 스마트폰 공장과 밀접하게 연관된 현지 협력사 3개 임직원도 이에 동참한 상황이다.
타우바테 공장 일부 인력은 스마트폰 사업 매각 및 철수설이 돌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파업을 산발적으로 진행해왔는데, 사업을 접는다는 것이 공식화되자 파업 범위가 더 넓어진 것이다. 면담에선 사업 철수에 대한 직원 보상안도 제시됐지만, 직원들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게 이유다.
현지 공장 관계자는 “LG전자는 타우바테 공장 폐쇄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라며 “향후 노조는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뿐 아니라 베트남 하이퐁 등 다른 해외 공장도 사업 철수 과정에서 현지 직원과의 갈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하이퐁의 경우 전장을 비롯한 다수 사업 연구ㆍ개발(R&D) 전초기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지 정부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도 약 1000만 대에 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생산 인력도 브라질보다 훨씬 많다.
LG전자는 2014년 당시 흥이옌과 하이퐁에 나뉘어 있던 생산공장을 통합해 TV·스마트폰과 가전을 아우르는 '하이퐁 캠퍼스'를 구축했다. 여기에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생산 설비를 추가하며 주요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이퐁 공장의 경우 통합 생산기지라는 특성상, 스마트폰 생산 설비를 가전이나 전장 설비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가전용으로 전환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라며 "다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사후 처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지 외신과 지방 정부도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 매체 뚜오이째(Tuoi Tre)는 '하이퐁 공장의 매각과 관련한 내용을 LG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라는 하이퐁시 고위 인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공장은 수천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어 현지 근로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