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청원 20만 명 돌파"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퇴출 가능성은?

입력 2021-04-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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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 선거는 끝났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그것도 정치판이 아닌 방송판에서 말이다. 후폭풍을 제대로 맞고 있는 사람은 방송인 김어준 씨다.

김어준 씨를 TBS(교통방송)에서 퇴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국민 청원까지 올라 온 것이다. 한때 기존 언론을 대체할 '대항 언론' 혹은 '대안 언론'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김어준 씨에 대한 퇴출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어준씨가 진짜 방송에서 퇴출될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방송인 김어준 씨는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 가능성이 나오는 것에 대해 "뉴스공장은 막방(마지막 방송)이길 바라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게 어렵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방송인 김어준 씨는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 가능성이 나오는 것에 대해 "뉴스공장은 막방(마지막 방송)이길 바라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게 어렵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어준 퇴출 국민청원, 20만 명 돌파…"정치에 깊숙이 관여"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9일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글은 게시 후 단 나흘 만에 단변 기준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날 오후 시 현재 청원 참여 인원수는 23만5087명이다.

청원인은 "교통방송은 청취자들이 서울시의 차량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도록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김어준은 대놓고 특정 정당만 지지하고 반대 정당을 깎아내리며 선거와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교체 여론이 들끓자 오히려 자신이 차별을 당했다고 맞대응하고 있지만, 특정정당 지지하는 정치방송으로 변질된 교통방송을 바로잡자는 것이 차별인가"라며 "서울시 정치방송인 김어준은 이제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김어준 씨를 TBS에서 퇴출해달라는 국민청원이 게시 5일 만에 2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김어준 씨를 TBS에서 퇴출해달라는 국민청원이 게시 5일 만에 2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시민들, '정치적 편향성' 지적…선거방송 중 가장 많은 행정지도 받아

김어준 씨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에는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김 씨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5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야당 측의 반론 없이 오세훈 후보와 박형준 후보 관련 여러 의혹을 제기하는 제보자 5명의 인터뷰를 약 90분 동안 내보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18일에도 김어준 씨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두고 "핵심은 민주당 찍지 말라는 것"이라며 "그동안의 본인 이야기와 어제 행위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되는 거다. 그동안의 얘기와 어제 행위, 둘이 섞이는 건 선거 기간의 적극적인 정치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발언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당시 김 씨는 "본인이 그러고 싶으면 그럴 자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는 별개 정치 행위에 대한 비판은 다른 차원이 되기 때문에, 그걸 비판한다고 '2차 가해'라고 하면 안 된다"며 "(피해자가) 여기 굳이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따르면, 4·7재보궐선거 선거방송 중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5회로 가장 많은 행정지도를 받았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의회를 방문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오른쪽)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의회를 방문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오른쪽)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폐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예산 조정·인사권 행사에 어려움

그렇다면 실제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폐지될 가능성은 있는 걸까. 현행법과 제도에 따르면, 이런 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시가 TBS 출연 예산을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려운 정치적 환경인 데다 독립재단인 TBS에 인사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구조여서다.

TBS는 1990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했으나 지난해 2월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가 출범하면서 서울시에서 독립했다. 다만 서울시로부터 매년 출연금 형태로 300억~400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시가 TBS에 지원한 출연금은 375억 원으로, 전체 예산 515억 원의 73%에 달한다.

이처럼 예산편성권을 가진 서울시가 사실상 TBS의 돈줄을 쥐고 있지만, 예산이 확정되려면 서울시의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의원 109명 가운데 절대다수인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란 점을 고려하면 예산을 깎기란 사실상 어렵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299회 임시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299회 임시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장, 임명·해임권은 있으나 임원추천위원회가 걸림돌…개입 사실상 불가

오세훈 시장이 TBS의 인적 청산을 위해 인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이사장, 대표이사 등 고위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자 중에서 각각 시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임원에 대한 최종 해임권 역시 시장에게 있다.

다만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정관 제9조와 제11조에 따르면, 임원추천위원은 시장이 2명, 시의회가 3명, 재단 이사회가 2명을 각각 추천한다. 임원의 해임 또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해임할 수 있다.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권이 2명에 불과한 서울시장의 인사 개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TBS는 교통·생활정보를 제공하는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오 시장의 발언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TBS는 종합편성 지상파방송사업자여서 교통정보 외에도 시사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2020년 9월 23일 'TBS가 정치방송을 해선 안 된다'고 쓴 이준호 전 TBS 대표의 조선일보 기고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TBS의 정치 관련 보도'는 이미 허가받은 사항으로 보아야 하므로 '중앙 정치 논평 기능을 허가받지 않았다'는 피고(조선일보)의 주장은 허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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