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처음부터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LG전자는 초기에 MC사업부의 매각을 고려하였지만, 시장의 잠재 매수자들은 특허권을 포함한 사업부 일체의 인수를 원하였고 LG전자는 특허권을 제외한 부분만을 매각하기를 원하였기에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LG전자가 보유한 통신 관련 표준 특허는 약 2만4000여 개로 알려져 있으며 LG전자로서는 향후 미래사업인 인공지능(AI), 로봇, 전장부품 등을 추진함에 있어 이런 표준특허를 포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듯 기업의 가치에서 특허권과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기업이 망하면 특허를 남긴다’라는 속담을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사실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노키아 매각 사례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휴대폰 시장 점유율 약 40%를 차지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전환에 실패하여 급격하게 내리막을 걷다 2013년 휴대폰 사업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노키아가 특허권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을 매각하였다는 것이다. 노키아는 매각한 돈으로 2013년 통신장비회사인 지멘스네트워크를 인수하였고, 2016년에는 역시 통신장비회사인 알카텔-루슨트와 합병하였다. 노키아는 특허권을 기반으로 2014년 이후 세계 3대 통신장비업체로 발돋움하였으며 매년 특허료로 1조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LG전자는 종합가전회사라는 점에서 노키아와 기업의 특성이 다르지만, 특허권을 매각하지 않고 향후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특허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것은 지식재산권이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사례는 기업 경영에 있어 강력한 지식재산권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이태영 LNB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