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패배에 '친문 퇴진론' 불거져 전당대회 룰 변화 가능성 주목
전당대회 준비위 "이전 전당대회 투표비율 다 달라 직전 유지 필요 없어"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는 또다시 친문(문재인)이 잡게 될까. 내달 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룰에 달린 문제다. 4·7 재보궐 선거 패배로 당내 주류인 친문에 대한 퇴진론이 일고 있어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전당대회는 대의원 45%·권리당원 40%·국민투표 10%·일반당원 5%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경우 친문 강성 지지층이 두텁다. 때문에 지난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을 비호하는 등 강성 친문으로 평가받는 김종민 의원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방식을 유지한다면 내달 전당대회에서도 친문 인사들이 다시 지도부를 꿰찰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친문이 다시 주도권을 갖는다면 혁신 이미지를 가져가기는 어렵다는 게 당 내외의 전반적 관측이다.
당내에서조차 초선 의원들이 앞장서 조국 사태를 비롯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갈등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 비호와 과반 의석을 동원한 입법 독주 및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까지 그간 친문 지도부의 행보가 민심 이반의 큰 원인이었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어서다.
때문에 친문 대표 인사인 도종환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것부터 당내에서 공개 반발이 나오고, 12일 열린 초선·재선 모임에서도 친문과 거리두기에 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초선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에 나서 "전당대회 관련 대응은 최종 논의가 되지 않았다"면서도 앞서 제기한 비판에 대해 한준호 의원이 나서 "2030 나름 여러 성찰 통해 의견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 의원들도 공동 입장문을 통해 초선들과 함께 해나겠다며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강력한 하나의 목소리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전당대회 틀을 마련하는 임시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 준비위에 주목이 쏠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준비위 회의에서 변재일 위원장은 “이번 재보궐에서 드러난 민심이 최대한 전당대회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당심과 민심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헤쳐나갈 훌륭한 지도부가 선출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 준비위원은 통화에서 “회의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가 상당히 진척을 봤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면서도 “역대 전당대회들을 살펴보니 투표비율이 다 달랐기에 직전 비율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비상대책위가 애초 중앙위에서 차기 최고위원을 선출하자는 결정을 강성 지지층의 반발에 사흘 만에 전당대회로 돌렸기 때문에, 전당대회 룰 결정에서도 친문의 힘을 꺾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준비위원인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준비위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국민과 일반당원의 몫이 적은데 이번 전당대회가 비상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만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룰을) 손대기에는 일정이 촉박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무위 의결까지 마친 사안(중앙위의 최고위원 선출)까지 번복시킬 만큼 친문이 작정을 한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