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두 IT 기업 네이버는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900명의 개발자를 뽑을 계획이다. 미국 뉴욕거래소 상장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 올린 쿠팡은 수 천만 원의 입사 보너스와 스톡옵션 등을 내세우며 고급 개발자 모집에 나섰다. 식품 중심 온라인몰 마켓컬리도 올해 100명 이상의 개발자를 채용한다고 한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 크래프톤 등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국내 대표 게임 개발사의 개발자 몸값도 대폭 올랐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개발자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평가 절하를 해 오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막무가내식 몸값 올리기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개발자 생태계가 더욱 왜곡될까 우려된다. 대형 IT·게임 업체는 급하게 오른 개발자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지만 핵심 전력이 개발자인 IT중소기업·스타트업 업체는 사업 자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표들은 한 목소리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개발자 몸값으로 인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발자를 뽑았다 하더라도 최근 몸값 상승 현상이 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신입 개발자를 뽑고도 업무 능력이 성장했다 할 만하면 이직한다고 한다.
특히 한 스타트업 경영자는 연봉 인상으로 인해 스트레스성 탈모가 왔다고 한다. 판교와 강남 IT 기업들이 줄줄이 연봉을 인상하면서, 사업에 필요한 인력 채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 업체 대표는 “핵심 인력 수준의 개발자는 억대 연봉이 기본”이라며 “개발자가 나가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업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대기업들은 필요 이상으로 개발자를 끌어모으고 있다”며 “개발자 생태계가 건전화되지 못하고 왜곡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홀대받아 온 개발자의 연봉 상승 기조가 긍정적이라고 생각되나 스타트업·중소기업·대기업의 개발자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건전한 개발자 인력 풀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