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정치권 떠나…생각 정리할 계기로"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끝나자 임기가 종료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권에선 내년 대선을 위해 김 위원장이 당에 남아 대권 승리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김 위원장은 당분간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7일 재보궐선거를 끝으로 위원장직을 내려놨다. 국민의힘은 지도부 없이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차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전망이다.
당내에선 여전히 김 위원장이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궐선거 승리 후 당의 중심을 잡을 힘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내년 대통령 선거가 중요한 만큼 차기 대선 주자를 위해 김 위원장이 ‘킹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김 위원장이 내년 대선까지 1년은 더 해야 한다”며 “(위원장이 물러나면) 너도나도 다 나와서 난리가 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도 이날 통화에서 “비대위원 상당수는 위원장이 (당을) 계속 잡아주시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1년도 남지 않은 대선에서 우리 당이 과거로 회귀해서 국민한테 버림받으면 대선을 치러 보나마나”라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대선을 이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위원장이 정말 뭔가 세게 한 번 더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야권에 큰 혼란이 올 거라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빨리 나가고 무주공산 챙기려는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붙잡자고 하면 거기서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3자 구도가 될 수 있고 4자 구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내년 선거 또 모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당 밖으로 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금태섭 전 의원 등과 제3지대를 구축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미 제3지대에 윤 전 총장, 금 전 의원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이들과 함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다만 4선을 지낸 홍문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자기가 몸담아서 어려운 비대위원장을 10개월 하고 나가서 딴 살림을 차린다면 인간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당분간 전면에 나서지 않을 모양새다. 이날 오전 투표를 마친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내가 처음부터 말한 대로 이번 선거 끝날 거 같으면 일단 내가 정치권서 떠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별다른 계획이 없다”며 “일단 정치권에서 내일 떠나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해야 할 일, 밀린 일을 처리하고 그러고선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