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부문은 수익성이 하락했지만,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TVㆍ가전 등 세트 부문이 선전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올해 1분기 매출 65조 원, 영업이익 9조300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48%, 44.19% 증가한 규모다.
먼저 영업이익은 8조9000억 원으로 예상됐던 시장의 전망치(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깜짝실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을 누렸던 2018년 1분기 영업이익 15조6400억 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고, 2019년 1분기 6조2300억 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분기에도 6조4500억 원을 기록하며 6조 원대 영업이익에 머물렀다.
올해 1분기 9조3000억 원의 영업이익은 역대 1분기 중 세 번째로 높다. 반도체 호황이던 2018년 1분기(15조6400억 원)와 2017년 1분기(9조9000억 원) 이후 최대다.
매출의 경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66조9600억 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며, 1분기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실적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매출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게 된 배경으로 세트사업의 호조를 손꼽는다.
반도체 실적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보복 소비가 늘어난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세트 부문이 만회했다.
특히 1분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ㆍ모바일(IM) 부문이 4조3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3월에서 1월로 출시 시기를 앞당긴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S21과 보급형 갤럭시 A시리즈 판매가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갤럭시S21은 출시 57일 만인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했다.
2019년 출시된 갤럭시 S10보다는 열흘 정도 느리지만, 작년 S20에 비해서는 한 달가량 빠른 기록이다. 수익성이 높은 갤럭시 버즈 등 웨어러블 제품의 매출 증가도 영업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TV를 포함한 소비자 가전 부문(CE)도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수요 및 보복 소비 덕분에 작년 말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권가에선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망한다.
연초 네오(Neo) QLED 등 고가의 신제품 출시로 기존 프리미엄 QLED TV와 LCD TV의 프로모션을 강화하면서 판매 증대로 이어졌다.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는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 해외 판매를 본격화한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반도체 부문은 연초 D램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 한파로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의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가 발목을 잡으며 기대보다는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 1분기 영업이익은 3조5000억∼3조60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4조1200억 원)와 작년 4분기(3조8500억 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연초부터 D램 고정가격이 상승했지만 대체로 6개월 이상 장기계약을 맺는 거래 특성상 1분기 실적에 오른 가격이 곧바로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 텍사스 지역 한파로 인한 오스틴 공장의 가동 중단은 치명타였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가동 중단이 길어지며 매출 기준으로 3000억 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했고, 영업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극자외선(EUV) 등 공정개선 전환에 따른 비용도 증가했다.
삼성증권 황민성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 상승에도 평택 2기 반도체 공장 가동에 따른 팹 비용 증가와 파운드리ㆍ시스템 LSI 등 비메모리 부문의 손익 악화가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분기의 경우, 1분기와 반대로 스마트폰보다 반도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D램 가격 상승효과가 2분기부터 반영되는 반면, 스마트폰은 신제품 출시 효과가 없고 최근 부품 공급 부족으로 일부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