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가 1분기에만 7만 대 넘게 판매되며 3개월 연속 흥행을 이어갔다. 반면, 국내 외국계 완성차 3사의 내수 판매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저조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이 현대차ㆍ기아와 일부 수입 브랜드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2만7297대로 지난해 3월보다 34.4% 급증했다. 역대 3월 판매량으로는 최대치다.
특히, 수입차는 1분기 누적 판매량도 처음으로 7만 대 선을 넘으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1~3월 누적 판매량은 7만1908대로, 전년 동기(5만4669대)보다 31.5% 늘었다.
최근 5년 새 수입차 1분기 판매량은 2018년에 6만7405대를 기록하며 7만 대를 바라봤지만, △2017년 5만4966대 △2019년 5만2161대 △2020년 5만4669대 등 주로 5만 대 선을 유지했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수입차 시장의 흥행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는 지난해보다 6.7% 감소했다. 5사의 내수 판매는 올해 들어 1월 16.7%, 2월 24.0% 등 성장세를 보였지만, 3월에는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특히,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외국계 3사의 내수 판매량이 저조했다. 각 사 자료를 종합하면 3사의 1분기 내수 판매량은 4만31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6550대)보다 23.8% 감소했다.
1분기만 놓고 보면 외환위기였던 1998년(3만1848대) 이후 23년 만의 최소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4만7045대)보다도 적다.
외국계 3사는 1분기 내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보다 비슷하거나 낮은 판매량을 지속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지난달 판매량은 7597대로 △한국지엠(6149대) △르노삼성(5695대) △쌍용차(4306대)보다 많았다. 일각에선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차, 기아, 메르세데스-벤츠, BMW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국계 3사는 노사 갈등과 신차의 부재, 경영 악화 등이 겹치며 연초부터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변수인 만큼, 위기상황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3사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월보다 일제히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입차의 인기에는 소비자의 고급차 선호 현상, 업계의 신차 투입 등이 영향을 준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소비자의 고급 차종 선호 현상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팔린 국산차 1대의 평균 판매금액은 3000만 원대를 넘으며 전년보다 9.7% 높아졌고, 수입차 평균 판매금액도 5.9% 증가한 6300만 원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점점 더 크고 비싼 차를 선호하는 셈이다.
모든 수입 브랜드가 판매를 정상화했고, 신차 제품군을 늘린 점도 흥행에 영향을 줬다.
이른바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에 휩싸여 정상적인 판매를 하지 못하던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지난해부터 신차를 대거 투입하며 반등에 나섰다.
수입차 시장 1, 2위를 유지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각각 E클래스와 5시리즈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였다. 볼보도 주력 제품군에 새로운 파워트레인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를 도입하며 친환경차 수요를 공략했다.
지난달 수입차 브랜드별 판매 순위는 6012대를 판매한 BMW가 메르세데스-벤츠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이어 △아우디 2737대 △폭스바겐 1628대 △지프 1557대 △볼보 1251대 △미니 1224대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유럽 브랜드가 2만2240대 팔려 전체의 81.5%를 차지했다. 일본차는 1737대(6.4%), 미국차는 3320대(12.2%) 규모였다.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E 250이었다. 한 달간 1964대가 팔렸고, 1분기 베스트셀링 모델로도 선정됐다. 2위는 아우디 A6 45 TFSI(573대), 3위는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564대)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