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금융감독원 부원장 2명과 함께 금소법 시행 후 혼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총 9개 은행 CEO를 만난 자리에서 불편 사항을 청취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불만이 많았던 내용은 ‘꺾기’ 방지를 위한 구속성 관련 규정이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었다. 고객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전후로 한달간 펀드, 방카슈랑스 등 다른 상품 가입이 일괄 제한되는 것은 자발적으로 가입을 원하는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은행장은 “월 납입금이 대출 금액의 1%를 넘어가면 구속성 판매 행위에 해당하는데, 이 규정 때문에 대출 이후 자발적으로 펀드 등 상품에 가입하고 싶은 고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므로 이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소법은 대출을 빌미로 펀드·보험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이른바 금융기관의 ‘꺾기’ 관행을 막기 위해 투자성·보장성 상품 구속성 판매 행위 점검 대상을 ‘전체 채무자’로 넓혔다. 이로 인해 은행이 대출 실행일 전후로 1개월간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 투자성·보험성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사실상 금지됐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진짜 고객이 필요해서 가입하는 것과 구속성 판매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이 자발적 의사로 필요에 의해 펀드 등 상품에 가입하려는 경우 이를 구분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설명 의무 강화로 인한 현장 혼란도 개선사항으로 꼽혔다. 금소법 시행으로 설명 의무가 강화되면서 은행원들이 상품 관련 내용을 일일이 고객에게 읽어주느라 가입 시간이 길어져 고객 불편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최근 ‘설명서를 전부 안 읽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다수의 은행장들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현장에서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상품설명서를 읽어주는 것과 관련해 전체를 다 읽어주는 걸 모범사례로 소개했다가 법 시행 이후엔 ‘다 읽어줄 필요는 없다’고 안내했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최소한 어느 정도까지 읽어줘야 한다든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행장들은 “현장에선 좀 더 단순하게 하고 싶어도 겁나서 그렇게 못 하겠다고 한다”는 불만을 전달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만 핵심 설명서를 교부하고 설명하게 해 달라’, ‘금소법 이후 평균 40∼50분 걸리는 고객 상담 시간 단축을 위해 핵심 설명을 간소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금소법 시행으로 도입된 ‘위법 계약 해지권’과 관련한 의견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금융사가 수락 여부를 결정하고 고객에게 통지해야 하는 기간이 ‘10일 이내’로 돼 있는데 너무 짧다”며 이를 ‘10영업일 이내’와 같이 현실성 있는 기한으로 설정해달라는 건의도 이어졌다.
이날 금감원은 "오는 9월까지 계도 기간을 줬는데 그때까지는 검사하더라도 큰 틀에서 할 것이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을 테니 계도 기간 스스로 정비하며 시스템을 만들어가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