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사과하고 제도개선을 약속하고 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주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국민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반성하고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이 잘됐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공공주도 재개발·재건축에 민간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정책위원장도 정부가 핵심정책으로 줄곧 강화해온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를 실수요자에 대해 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주택자 불만이 큰 공시가격 인상률의 조정도 언급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내년에도 공시가가 많이 오르면 세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4·7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기존 부동산정책을 뒤집는 발언들이 쏟아진다. 여당 후보 지지율이 크게 밀리면서 다급한 상황에 몰린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 대책은 많다”고 했던 여권이다. 부작용과 실패에 대한 시장의 수없는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정책과 규제들을 밀어붙여 왔다. 재건축과 거래를 막고 대출을 제한하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대폭 올렸다. 임대차 가격인상률까지 정부가 정했다. 그 결과가 주택공급 부족, 집값·전셋값 폭등, 엉망이 된 시장이다.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꿈은 갈수록 멀어지고 고통만 커졌다.
민심의 이반이 심각해지자 이제사 자신들이 쏟아낸 정책들을 되돌린다며 스스로를 부정한다. 이런 약속에 무슨 진정성이 있을 건가. 여당은 작년 4·15 총선 때에도 1주택 실수요자들의 종부세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자 결국 없던 일로 내던져졌다. 선거 때 잠시 자세를 낮췄다가 얼굴을 바꾼 기만 행위다.
얼마나 다급해졌는지, 이낙연 위원장이 국민 주거도 국가가 떠맡는 ‘내집마련 국가책임제’까지 들고나온 데 이르면 솔직히 어이가 없다. 그 의미에 대한 깊이있는 검토와 구체적인 실현 방도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50년 만기 모기지대출 국가보증제’ 추진을 제시했지만, 결국 국가재정으로 개인의 집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발상이다. 이 나라 민주정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도무지 가늠되지 않는다. 마구잡이로 아무 말이나 던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장 위기를 넘기고 보자는 식에 급급할 게 아니다. 여권은 국정의 책임자다. 진정 부동산정책을 반성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며, 또 국민의 고통을 헤아린다면 그동안의 정책 모두를 완전히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어떻게 바꾸겠다는 구체적 행동계획부터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정권 임기 동안 기대할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