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과 이미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탄소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 등으로 인해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생기는 근원지에서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 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하는 CCUS 기술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최근 1억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1기가톤(항공모함 1만 대 분량) 수준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경연대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 포집 기술이 지구 온난화 현상을 해결할 ‘게임 체인저’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수소, 태양광, 풍력에너지 등)와 에너지효율 개선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전기난방, 전기차 등 전기화(electrification)의 영향으로 2040년이면 최종 에너지 수요 중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보다 약 5%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전력 소모가 큰 산업기기의 최저소비효율제 확대 및 에너지 다소비 건물·공장에 에너지관리스스템 보급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탄소소재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산업적으로 전기에너지 소비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전동기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에너지의 약 53%를 전동기 구동시스템이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기에너지의 약 54%를 차지하는데, 이는 전체 에너지의 약 2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사용량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고효율 전동기 사용을 의무화하는 최저효율제(MEPS) 정책이 시행 중이다. 지난 기고에서 언급했던 탄소나노튜브 기반 경량 와이어는 기본적으로 구리를 절감하여 구리 생산 및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줄일 수 있고 전동기, 발전기, 변압기와 같이 에너지 소모가 큰 전력기기의 효율을 높여 에너지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살펴 보면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정책에서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위해 친환경차 생산 보급의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로 쓰이는 이차전지에는 흑연이라는 탄소소재가 사용되고, 이차전지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전기전도성 소재로 탄소나노튜브, 그래핀과 같은 탄소나노소재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미래 친환경 자동차의 하나인 수소전기차도 백금나노촉매의 반응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탄소소재로 이루어진 담지체를 사용하고 있다. 수소탱크 용기 또한 탄소섬유라고 하는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우수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탄소를 기반으로 이루어지지만, 광산에서 채굴하는 인상흑연 외에는 인공적으로 제조해야 하는 것이 탄소소재이다. 특히 탄소나노소재는 가격이 비싸서 산업계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고가의 단일벽 탄소나노튜브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이차전지, 고분자복합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 용도가 확대되고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이다. 이 때문에 기초연구를 하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다시금 탄소나노튜브에 대한 관심과 응용 연구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가 우리의 생명줄을 잡고 있지만, 탄소소재는 우리를 살리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