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예술가 방귀 소리 48만 원, 실제로 들어가 살 수 없는 디지털 집 5억6000만 원, 한 줄짜리 트위터 32억7000만 원.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시장이 불타오르면서 현대 미술에서부터 인터넷 짤방 등에 이르기까지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품목들이 ‘억 소리’ 나는 금액에 팔려 나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NFT는 예술작품이나 인터넷상의 게시물 등 모든 것에 대해 ‘진품’임을 나타내는 디지털 증명서 역할을 하는데, 최근 들어 그 내재적 고유성과 희소성으로 인해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의 한 예술가는 자신과 친구들의 방귀 소리를 1년 동안 모아 만든 NFT 매물 ‘마스터 컬렉션’이 약 426달러(약 48만 원)에 거래됐다. 캐나다 작가 크리스타 킴이 NFT 기술을 적용해 제작한 디지털 집 ‘마스 하우스’는 약 50만 달러에,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첫 트윗 게시물 “지금 막 내 트위터 설정했음(just setting up my twt)”은 290만 달러에 각각 판매됐다.
물론 이러한 가격은 쉽게 이해할 수 없으며, 어쩌면 확실히 제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NFT는 수 세기 동안 예술계와 기타 시장을 괴롭혀 온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WSJ는 그 잠재력에 주목했다. NFT가 가상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과 창작물을 결합함으로써 사람들의 주관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미술품 시장 등에 ‘컴퓨터 코드’라고 하는 객관성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는 평생 3000장의 유화를 그렸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1만 장의 작품이 팔렸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가 돌 정도다. 구매자들은 이들 작품이 진품인지 또 과거에 누가 소유했는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없다. 하지만 NFT를 활용하면 하나의 예술작품에 관한 대량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항구적인 디지털 기록에 포함할 수 있다.
현재 NFT는 전자 화상이나 음성, 동영상 파일 등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블록체인에 의한 소유권의 기록과 실물 작품을 연결하는 실험도 이미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NFT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려는 시도도 추진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비플’이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윙클먼은 안드레스 리제너, 리픽 아나돌, 새라 루디, 카일 고든 등 같은 디지털 아티스트와 함께 야심 찬 NFT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에 초점을 맞춘 자선단체 사회알파재단(SAF)이 NFT 소속 아티스트들이 기증한 작품을 경매에 부치고, 수익금 전액을 비영리 단체 ‘오픈 어스 파운데이션(Open Earth Foundation)’에 기부한다. 이 경매에는 NFT로 인증하는 500톤의 탄소배출량 상쇄가 포함돼 있다. 이렇게 탄소배출권 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존하고 삼림파괴를 막는 데 사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자사 칼럼을 NFT 경매에 올렸으며 이 칼럼은 무려 56만 달러에 팔렸다. 이는 신문 역사상 첫 NFT 판매였다. 해당 경매에 약 46만9000달러에 응찰했지만, 결국 낙찰받지 못한 한 NFT 수집가는 “NYT 칼럼에 부여된 가치는 여전히 투기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며 “그러나 NFT와 기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궁극적으로 전체 미디어 환경을 재구성해 콘텐츠 제작자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출할 것이다. 이에 NYT의 칼럼이 역사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용어설명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어 희소성을 지닌 가상자산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소유권·판매 이력 등의 모든 정보가 저장되며, 기존 가상자산과는 달리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가져 상호 교환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