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김포 물류센터 개장과 함께 고객 확대를 목표로 수도권 외 지역 확장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국내 대표 새벽배송 기업으로서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 도약에 나서겠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30일 김포 고촌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중에 새벽배송인 ‘샛별배송’의 수도권 이외 지역 확장을 선포했다. 현재 전국을 대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실시하는 업체는 쿠팡밖에 없다. 쿠팡은 전국에 170여 개의 크고 작은 물류 거점을 확보해 전국 단위로 새벽배송을 서비스 중이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지역 확대는 기존 장지 물류센터와 최근 운영을 시작한 김포 물류센터를 거점을 삼는다. 동남권은 장지센터에서, 서북권은 김포센터에서 담당한다. 김 대표는 “물류센터의 인근 인구 밀집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조만간 확정짓고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서나 비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은 50~80% 수준에 달하지만 식품은 많이 잡아도 20%에 불과하다”면서 “식품 시장 온라인 침투율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시장 성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사업 기회는 충분하다”며 글로벌 사업보다는 국내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쿠팡과의 맞대결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쿠팡은 최근 미국 증시 상장에 따라 확보된 5조 원의 실탄으로 전국에 물류센터를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커머스를 수출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당분간은 국내 시장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쿠팡의 상장 후 첫 선택도 물류센터였다. 최근 쿠팡은 전라북도 완주군에 1000억 원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이외에도 대구 국가산단과 광주, 음성 등에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물류센터를 계속해 추가히고 있다. 쿠팡은 크고 작은 물류거점을 통해 전국 빠른배송에 나서고 있지만 공산품 중심이어서 콜드체인을 갖춰야하는 신선식품 등은 취급 품목과 배송 능력이 제한적이다.
최근 들어 경쟁사들도 물류에 힘을 주고 있다. 네이버는 7월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를 오픈한다. 여기에는 CJ대한통운과 이마트를 비롯해 다양한 풀필먼트 업체 및 물류 스타트업들이 동참한다. 아울러 신세계ㆍ이마트와 공동 물류 관련 신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새벽 배송을 염두에 두고 4호 물류센터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충북 진천에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 메가허브(Mega Hub) 터미널을 짓고 있는데 이 곳에 풀필먼트센터를 넣어 백화점과 마트 등과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재고를 통합 관리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는 쿠팡 이외 기업으로는 롯데온이 처음으로 수도권 이외 지역인 부산에서 새벽배송에 나서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증시 상장에는 말을 아꼈다.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최근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JP모간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고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대표는 “IPO는 현재 법적인 이슈로 구체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증시 상장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새벽배송 확대 정책은 IPO 시 몸값을 높이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쿠팡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현 시점은 마켓컬리가 상장을 추진하기에 적기로 평가된다. 2015년 쿠팡보다 먼저 ‘샛별배송’ 서비스로 새벽 배송을 국내 시장에 안착시킨 선구자가 마켓컬리다. 쿠팡이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빠른배송과 새벽배송이라는 쿠팡의 무기와 잠재력 외에도 국내 이커머스 시장과 업체들의 재평가도 작용했다.
지난해 초 증권가에서 추정한 마켓컬리의 몸값은 1조5000억 원 수준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김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켓컬리에 대해 약 8억8000만 달러(한화 1조 원) 가치를 가진 업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시 상장 과정에서 3배로 뛰었던 쿠팡처럼 기업 가치가 치솟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 최근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의 주당 장외거래가는 9만5000원으로 시가총액은 2조9000억 원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마켓컬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9523억 원으로 전년(4259억 원)보다 2배 이상 뛰었다.
티몬도 국내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의 11번가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으로 거론된다. 특히 2018년 국내 기관 투자자로부터 500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2023년까지 상장을 통해 투자 회수를 약속한 만큼 11번가의 상장 추진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지는 2조 원 내외로 평가받았다.
마켓컬리의 김포 물류센터는 총 2만 5000평 규모로 식품을 취급하는 신선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기존 3개 물류센터와 달리 상온·냉장·냉동 모든 상태의 식품을 취급할 수 있다. 김포 물류센터는 2개 동으로 A동 1~2층은 냉장, 3층은 상온 식품을 담당한다. B동 1~2층 냉동센터로 운영 중이다.
하루 처리량은 22만 박스로 기존의 2배 규모다. 특히 LG CNS와 협업한 ‘QPS(Quick Picking System)’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20%가량 효율성을 높였다.
QPS는 기존 장지 센터 ‘DAS(Digital Assorting System)’와 달리 상품 분류 담당자가 레일을 통해 자신 앞으로 이동해 온 상품을 시스템 지시에 따라 상자에 담고, 바로 이어 포장 단계로 넘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지의 DAS는 주문 200건씩을 모아 처리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나, 김포의 QPS는 픽킹(Picking)과 팩킹(Packing)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이준호 LG CNS 스마트 F&C사업부 상무는 “김포 센터는 QPS, 주문 처리 최적화 알고리즘 등 다양한 최신 IT기술을 통해 폭증하는 온라인 주문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물류 체계를 갖추게 됐다”며, “마켓컬리가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판매 물품의 종류와 고객 주문 패턴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정 자동화에 대해 고민했다”면서 “영국 오카도(OCADO) 시스템이나 미국 아마존의 키바(KIVA)에 비해 가성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속한 시간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고민한 결과물”이라며 “장지 센터 단독 운영보다 100% 이상을 더 처리할 수 있고, 서부권역 고객에게 효율과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