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11월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하다”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의료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정부의 지원과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30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인 보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백신 수급관리 △의료계의 신속하고 안전한 접종을 위한 정부의 지원 △백신에 대한 국민의 순응도 세 가지가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집단면역 달성은 내년 6월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의협은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중 의료계 관련한 입장을 전달했다. 의협은 우선 코로나19 접종 위탁의료기관에 대한 지침을 결정하는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혼란을 겪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질병관리청의 백신 접종과 관련한 지침이 각 지방자치단체로 하달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잘못된 해석과 적용으로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라며 “가령 백신 보관 냉장고에 부착하는 온도계의 경우 밖에서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온도계가 있고 그렇지 않은 온도계가 있는데 질병청이 둘 중 아무거나 상관없다는 지침을 내놔 의사들이 각각 구매했는데 지자체는 디스플레이 장치 있는 것만 가능하다고 해서 반품하고 교체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이 같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대부분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은 개인 의사 1명만 근무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인데 인력 등 문제로 24시간 백신 온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야간에 백신 보관 냉장고 온도 모니터링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라며 “일반 진료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사후 모니터링에, 의료진들은 백신 온도 때문에 밤에 제대로 수면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해도 정부는 4주 이상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백신접종 의사들의 처우 문제 개선도 촉구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진료의사와 접종센터의 백신 접종 의사 간 처우 차이가 크다. 개인 병원을 비우고 접종센터 가서 일하면 개인 병원 손실을 보상해주는 식의 대책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전담 병원 의사들은 하루에 세전 95만 원의 보수를 받는데 백신 접종센터 의사들 보수는 54만 원으로 책정됐다. 54만 원은 너무 낮다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열과 근육통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작용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백신 접종 후 병원마다 발열과 근육통 등 부작용 사례가 40~90%까지 보고되고 있다. 2분기부터는 위탁 의료기관에서 1000만 명 넘게 백신 접종이 이뤄질텐데 발열과 근육통 환자가 발생할 때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며 “위탁 의료기관에 불만이 들어올 것이고 그러면 기존 진료에 심각한 지장이 생기고 그런 모든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해 발열과 근육통 등 부작용만 따로 진료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백신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백신에 대한 국민의 순응도가 높다고 해도 의료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11월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총 1200만 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4월 1일부터 만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특수교육 종사자와 유·초·중학교 보건교사, 어린이집 장애아 전문 교직원과 간호인력에 대해서도 4월 1주차에 접종이 개시된다. 이 밖에 65세 미만 만성질환자 10만4000명, 보건의료인과 사회필수인력(경찰·해경·소방·군인·항공) 등 121만4000명에 대해선 5~6월 접종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