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해운 전문가 로이즈 리스트는 좌초된 컨테이너선 ‘에버기븐’ 호에 90억 달러 상당의 제품이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에버기븐호는 폭 59m, 길이 400m의 22만t급 컨테이너선으로 중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다 지난 23일 오전 갑자기 불어온 강풍에 선체가 항로를 이탈하면서 바닥과 충돌해 좌초했다. 닷새간 전문가들은 선미를 움직여 방향타와 프로펠러를 다시 작동시켰지만, 여전히 모래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배에는 영국에 본사를 둔 코츠월드컴퍼니의 컨테이너 100개에 약 170만 파운드(약 26억 원) 어치의 가구가 실려있다. 또 동물을 산 채로 싣고 운하 통항이 재개되길 기다리는 배가 20척에 이른다. 이들 배는 대부분 유럽에서 중동으로 가던 길이었다.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양 수입국으로, 루마니아 등지에서 살아있는 양을 수입해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한다. 배에는 어떤 동물들이 실려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현 상황이 계속되면 갇힌 동물들이 굶어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통, 항해 시에는 6일 치 식량과 물이 실려 있다고 한다.
NGO 애니멀인터내셔널의 게릿 와이딩어 유럽연합 코디네이터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식량과 물이 떨어지고, 서류작업 때문에 아무 데서나 하역하지 못해 동물들이 배에 갇히게 되는 것”이라며 “선상에 갇히면 굶주림과 탈수, 부상, 노폐물 축적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승무원들은 수에즈 운하에서 죽은 동물의 사체를 제거할 수도 없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동물과 승무원, 그리고 모든 관련자들에게 생물학적 위험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에버기븐호의 좌초로 에너지 공급망도 비상이다. 수에즈 운하는 하루 세계 무역량의 10% 이상이 지나며,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가장 빠른 바닷길이다. 보통 하루에 100억 달러의 화물을 처리한다. 작년 11억7000만 t의 선박 1만8800척 이상이 이 운하를 통과했다.
이 항로가 막히면서 중동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석유와 가스 운송에도 차질이 생겼다. 좌초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약 3% 이상 뛰었다.
이에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던 에너지 수송선들이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마린트래픽닷컴에 따르면 LPG 운반선인 팬아메리카스는 대서양 중부에서 항로를 변경해 현재 아프리카 남단을 돌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운반 지연이 불가피하다. 또 인도산 의류용 면화와 중동산 플라스틱용 석유, 중국산 자동차 부품 등 유럽으로 향하는 다양한 제품의 부품과 원자재 운송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