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펜데믹(전 세계 범유행)으로 전염병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감염병 위험을 보장할 수 있는 보험업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0년 이후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 등 감염병의 위협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보험업계가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KB경영연구소의 ‘반복되는 전염병 위험과 보험업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험업계는 코로나19를 보장하는 상품개발보다는 기존 보험을 통한 보상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감염병 관련 의료비나 사망에 대해서는 실손보험과 사망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라면 감염에 따른 입원비, 진단비용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 진단검사 시 발생한 본인부담금을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식이다.
코로나19로 사망한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생명보험 표준약관이 지난해 개정됐다.
기존 보험을 통한 보상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등 전염병에 특화된 건강보험, 영업중단보험 등 보험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대만에서는 코로나19가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된 이후 일부 보험사에서 코로나19를 보장하는 건강보험과 중소기업 대상의 영업손실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격리로 인한 소득감소를 지원하는 비용보상보험, 중소기업의 영업중단 또는 격리직원의 급여를 보장하는 보험도 출시됐다.
항공사들은 알리안츠, 악사 등 글로벌 보험사와 협력해 탑승객들이 안심하고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특정 기간 코로나19 보험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항공업계 최초로 코로나19 보험을 제공한 에미레이트항공은 승객이 코로나19 확진 시 의료비와 호텔격리비용 외에 장례비용까지 보장하고 있으며, 에어캐나다는 코로나19 확진으로 탑승이 거부된 경우에 발생하는 비용도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전염병 위험에 이를 보장하려는 글로벌 보험사의 움직임이 있는 만큼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보험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전염병과 관련한 상품 개발을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지난해 9월부터 ‘감염병 위험평가모델’ 구축에 나섰고, 영업중단보험 등 관련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도연 연구위원은 “예측이 불가능한 자연재해의 경우에 객관적인 지표를 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보험(parametric insurance)이 개발된 것처럼 전염병도 유사한 구조의 개발도 가능하다”면서 “전염병 위험은 보험금 지급 규모가 예측이 어려우므로 보상기준과 한도의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위험이 지속함에 따라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험사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외부활동 감소로 활동량이 줄어든 고객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보험사의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도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