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치열하게 단일화 여론조사 협상을 하던 중 갑자기 서로 양보를 하고 나섰다. 단일화가 지연되면서 원성이 커지자 '양보하는 이미지’를 점하려 경쟁하는 것이다.
먼저 치고 나온 건 안 후보다. 19일 안 후보는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제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측 제안은 앞서 경쟁력·적합도 여론조사를 유선전화 10%를 포함시켜 각기 진행해 합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협상을 맡은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 유선전화 비율은 협상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국민의힘은 반박했다. 오 후보는 이날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와 9시 반에 만나 선거운동일인 25일 이전에 타결하자는 원칙적 합의의 대화가 있었다.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 잠시 후 안 후보가 바로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며 “경쟁력을 받겠다고 하면서 적합도는 사라져버렸고, 유무선 비율도 협상하겠다고 해 (우리 안을) 받은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이 즉각 브리핑에 나서 “마지막 제안을 수용했다. 왜 자꾸 다른 이야기를 쏟아내나. 이 와중에 진실게임을 하자는 것인가. 혹, 3자 구도를 염두에 두나”라며 국민의힘 측 실무협상을 맡은 정양석 사무총장이 취재진에 전한 당 입장 설명을 그대로 전달했다.
양측이 또 서로를 탓하는 양상이 되자 다시 교착상태가 되는 분위기가 됐지만, 오 후보가 갑작스레 양보하겠다고 나섰다.
오 후보는 기자회견을 한 지 2시간 만인 오후 3시 30분 입장문을 내고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다”며 “안 후보 제안을 받아 어제 제가 수정·제시해 안 후보가 수용했던 안에서 유무선 혼합조사가 걸림돌이었는데 유선을 제외하고 무선으로 조사하는 걸 제가 양보하고 전격 수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 후보가 언급한 안은 서로 다른 여론조사기관이 적합도와 경쟁력 조사를 각기 진행하는 것으로, 해당 여론조사들을 무선전화 100%로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같은 시각 안 후보는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안 후보는 “경쟁력과 적합도 조사를 각기 50%씩 반영하되 조사방법도 응답자에 적합도와 경쟁력 중 한 항목씩만 물어보는 것, 유선전화 10%를 포함시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라고 한다”며 “다 수용하겠다.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 다르다면 공식적으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 후보가 요구하는 걸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 양보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입장이 뒤바뀌게 됐다. 안 후보의 무선 100%를 오 후보가 수용하겠다고 하고, 오 후보의 유선 10%를 안 후보가 받겠다고 하고 있어서다.
다만 어느 쪽이든 양측이 서로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만큼 이르면 이날 내 결론을 낼 공산이 크다.
양보하는 이미지의 경우 안 후보가 전날 국민의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제적으로 밝혔긴 했지만 담판을 짓지 못하고 이날 내내 혼선을 빚은 탓에 어느 쪽에서도 취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도리어 두 후보에 대한 책임론이 인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단일화 못하면, 둘 다 정치 그만 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