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내 만삭인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편이 살인죄를 벗고 금고 2년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아내가 사망한 교통사고의 원인이 '살인'이 아닌 '졸음운전'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 씨의 재상고심에서 살인 혐의와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파기환송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죄만 유죄로 인정돼 금고 2년이 확정됐다.
이 씨는 2014년 8월 23일 새벽 3시 41분께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근처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아 동승한 임신 7개월의 아내(당시 24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졸음운전을 하다 화물차를 못 보고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씨가 아내 사망 전 25개 보험상품에 가입했고, 사망보험금이 95억 원에 달하는 것을 보고 살인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이를 근거로 살인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간접 증거만으로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2심은 "사고 2개월 전 30억 원의 보험을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보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7년 7월 상고심에서 범행 동기가 선명하지 못하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졸음운전을 했다'는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하고 살인과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검찰이 재상고해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판단했지만, 파기환송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