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인과 외국인 간 혼인 건수가 전년보다 35.1%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됐던 탓이다.
통계청은 18일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서 지난해 혼인 건수가 21만4000건으로 전년보다 10.7%(2만6000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2년 이후 9년 연속 감소세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결혼 주 연령층인 30대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 그다음 결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등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며 “주거비나 고용 등 결혼 관련 경제적 여건이 변화하고 있어 결혼을 미루거나 안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결혼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경우가 많았고, 특히 외국인 입국이 급감하면서 국제결혼이 크게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성·연령대별로 남자는 30대 후반(7000건, 14.2%), 여자는 20대 후반(7000건, 9.1%)에서 혼인 건수가 급감했다. 연령별 혼인율(해당연령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을 보면, 남자는 30대 초반이 47.6건, 여자는 20대 후반이 44.9건으로 가장 높았다.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가 33.2세로 0.1세 낮아지고, 여자는 30.8세로 0.2세 높아졌다. 남자의 초혼연령이 낮아진 건 통계가 작성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전반적인 지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결혼 감소다. 지난해 외국인과 혼인은 1만5000건으로 1년 새 35.1%(8000건) 급감했다. 김 과장은 “외국인 입국이 급감했고, 특히 결혼이민 입국자가 71% 감소했다”며 “그 결과로 국제결혼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혼인 감소분은 전체 혼인 감소분의 30.8% 수준이다.
한국 여자와 외국 남자 간 혼인보단 한국 남자와 외국 여자 간 혼인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는 40~50대 남자의 혼인율 급감으로 이어졌다. 40~45세의 경우, 전년보다 19.6% 줄었다. 상대적 고연령대에서 혼인 건수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평균 초혼연령은 낮아졌다. 김 과장은 “국제결혼이 감소하면서 남자가 연상인 결혼이 크게 감소하면서 남자 초혼연령 감소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출생아 수 감소다. 혼인 건수 증감은 1~2년 뒤 출생아 수 증감으로 직결된다. 지난해 기저효과로 올해 혼인 건수가 회복된다고 해도, 당분간은 가파른 출생아 감소가 불가피하다.
한편, 이혼 건수는 10만7000건으로 3.9%(4000건) 감소했다. 통계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출제한, 법원 휴정권고 등으로 이혼 처리절차가 지연된 게 이혼 건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