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금융 양극화①] 코로나 대출, 뒷북 대응 우려에…“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입력 2021-03-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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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나랏돈 빌려 돈 버는 사람들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마스크만큼 숨막히는 대출 대란입니다.”

1년 전,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현장에서 쏟아졌던 발언들이다. 정부는 “대출 받는 게 마스크 구하기보다 더 어렵다”라는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은행권에 “특별대출을 최대한 늘리고 보증 처리 속도를 높여라”라고 주문했다. 대출 창구에 소상공인이 오면 신용등급을 3단계나 올려서 심사하는 A은행을 모범사례로 특정하고 다른 은행들에게 적극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결국 코로나19 여파로 금융권의 코로나 대출 문턱은 크게 낮아졌다.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명제가 보수적인 은행권의 대출 행태도 바꾼 것이다.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 ‘상담→서류신청→현장실사→보증심사→보증서 발급→은행 대출’의 절차가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 2월부터 이달 5일까지 소상공인 대상 긴급 경영자금 신규 공급 규모는 19조9000억 원이다. 이 중 1차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14조8000억 원, 2차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5조1000억 원이다.

정민국 씨와 같은 사례는 낮아진 금융 문턱으로 생긴 금융 지원의 불가피한 부작용이다. 대출 목적에 맞지 않게 돈을 쓰는 사람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이 대출을 세세히 따지고 들면 사후약방문이식 뒷북 대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대출 용도 외로 자금을 유용하는 경우는 매번 발생한다”면서도 “자금 지원을 최대한 빠르게 해주는 것이 필요한 조치인 상황에서 이러한 부작용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장에서도 낮아진 문턱으로 인해 코로나 대출을 본 목적과 다르게 쓰는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 코로나 대출로 5억 원을 받은 후에 사업자금에 쓴다며 묵혀둔다고 해도 (용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없다”며 “그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해도 그것이 결국 중소기업 사업의 수익 모델이 된다면 용도 외 자금이라고 규정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대출이 용도 외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선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정 씨처럼 코로나 대출로 주식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장밋빛 결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만으로 버티기 힘드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대출금으로 주식을 했다가 쪽박을 차는 사례도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도민우(가명) 씨는 코로나 대출로 받은 2000만 원 중 일부를 주식에 투자했다. 그 역시도 통장 하나를 거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해 주식에 투자했지만 최근 600만 원 손실을 봤다. 도씨 현재 매달 이자 10만 원과 원금 40만 원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그는 “사업이 어렵다 보니 돈 벌 구석이라곤 주식밖에 없어서 시작했다”라면서 “다른 소상공인이 주식에 투자할 생각이라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코로나 대출의 문제점은)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선별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부의 금융지원은 현재 자영업자들의) 파산을 방지해서 향후 경기가 살아났을 때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자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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