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신도시 예정 부지에서 매입한 토지 대부분은 농지다.
우리 헌법은 원칙적으로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이 소유하도록 하는 하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담고 있다. 1994년 제정된 농지법에도 이런 헌법 정신이 담겨 있다. 농지를 사려면 관할 지자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농사를 본업으로 하지 않아도 농지를 살 수 있다. 수차례 개정을 통해 비농업인도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16개의 예외 조항이 농지법에 포함됐다. 이런 조항들은 LH 임직원 등이 편법으로 농지를 사들인 빌미가 됐다. 농지의 다양한 활용과 귀농, 청년농을 끌어들이기 위한 농지법 완화가 투기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공직자 땅 투기’는 농지법 훼손이 부른 예고된 참사였다.
농지법은 제정 당시부터 거주지와 농지 간 거리(통작거리) 조항을 없앴다. 비농업인이더라도 상속의 경우 1만㎡까지 농지 소유를 허용했다. 2002년에는 비농업인이 취미나 여가를 목적으로 1000㎡까지 농지를 소유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농업회사법인을 통한 농지 소유도 가능해졌다.
2009년엔 외부인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때 확인기구였던 지자체 내 농지관리위원회도 폐지했다. 비농업 상속인의 농지 규모 제한 규정을 없앴고, 농업인이 농업회사법인이 대표여야 한다는 조항도 사라졌다. 여기에 경사율이 15%가 넘어가는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는 비농업인도 소유할 수 있도록 법을 완화했다.
농지 소유와 관계된 조항들이 폐지되거나 완화하면서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졌다.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17일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농지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 토론회’에서 “농지 상속 시 후계 농업인 확보 비율이 전체 5%에 불과해 상속 농지 95%는 비농업인이 소유하게 되는 것”이라며 “현재 고령화율과 기대수명, 영농 승계율을 고려할 때 약 15년 후에는 전체 농지 84%가 비농업인 소유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법 개정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농지의 소유와 취득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농지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