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상호금융을 포함해 전 금융권의 비주택 담보대출 실태 조사에 나선다. 최근 상호금융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토지 투기가 문제로 떠오른 데 따른 조치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전 금융권의 비주택 담보대출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최근 LH 사태로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토지 등 비주택 담보대출의 규제와 감독이 상대적으로 약해 투기의 사각지대가 됐다는 비판이 일자 조사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호금융 외에도 은행,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 등 전 권역의 전반적인 비주택 담보대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LH 사태와 관련돼 대출이 집중됐던 상호금융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호금융은 비주담대의 담보인정비율(LTV)을 70%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담보 가치에 따라 LTV 기준이 10% 더 가산할 수 있다. 단, LTV 70% 규제 자체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불과해 제재의 법적 근거가 없다.
실제로 상호금융의 지난해 말 비주택 담보대출의 증가세는 가팔랐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의 지난해 말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57조 5000억 원으로 1년 사이 30조 7000억 원 늘어났다. 증가율은 13.5%에 달하며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비주담대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이 아닌 제2금융권, 주택이 아닌 토지 등 관심이 적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만큼 규제가 필요한지 살펴보겠다”고 밝힌 데 따라 LTV 축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규제 강화의 움직임에 일각에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금융당국이 ‘땜질 처방전’을 내놓으며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발목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사실 상호금융의 대출 과정의 문제는 없었다”며 “문제 발생이 규제 강화로 이어지며 금융회사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LH 사태는 내부 정보를 투기에 이용했다는 것이 본질로, 대출 과정과 규제의 문제로 전이되면서 실수요자의 대출을 막는 부작용이 일어날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LH 사태와 관련해 수사 지원에 나선다.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은 특수본의 금융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총 5명의 인원을 파견하기로 했다. 금융위에서는 과거 기획재정부에서 부동산정책팀장을 지냈던 김동환 국장과 주무관 1명을 파견한다.
금감원에서는 회계 조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부서 등에서 근무했던 수석검사역 1명과 선임검사역 2명 등 3명이 파견을 간다.
또, 금감원은 이번 땅 투기 의혹이 있는 LH 직원의 대출이 이뤄진 북시흥농협에 대해서도 이번 주 중 현장 검사에 나선다. 농협중앙회 자체 조사 결과 건전성 규제나 담보가치 평가 기준 등을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결론났으나, 직접 불법 대출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수장의 특별 지시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최근 문제가 된 LH 사태와 관련해 일부 금융회사에서 취급된 토지담보대출 실태를 조속히 점검해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하라”며 “금융회사들의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 취급 실태 전반과 대출 프로세스 등도 면밀히 점검해 발견된 문제점을 철저히 개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윤 원장은 “검사 및 점검과정에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와도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전 국민의 관심이 큰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