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 가담자 승진에 금감원 내분 격화…노조, 청와대 특별감찰 청구

입력 2021-03-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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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 연임 여부도 불투명…차기 금감원장 하마평도 나와

▲금감원 노조가 15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의 임무해태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및 윤 원장의 해임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금감원 노조)
▲금감원 노조가 15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의 임무해태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및 윤 원장의 해임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금감원 노조)

금융감독원이 채용 비리와 연루된 직원의 승진 인사 이후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채용 비리 가담자 승진 인사에 책임을 지고 윤석헌 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강대강(强對强)’ 대치가 이어지면서 결국 노조는 청와대 공직기강감찰실의 특별감찰마저 청구했다.

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15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원장은 채용 비리에 적극 가담한 김 모 팀장이 내규상 승진 자격이 없음에도 팀장으로 승진시켜 금감원 직원의 임면을 결정하는 원장으로서 임무를 해태했다”며 “윤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감찰실에 특별감찰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불법행위를 제재하는 기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윤 원장의 비위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조롱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부조리에 대해 윤 원장이 책임지고 연임포기 선언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윤 원장은 인사권자인 대통령님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하며 조속히 윤 원장을 해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채용 비리 가담자 승진은 내규 위반…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금감원은 지난달 19일 채용 비리에 가담한 직원 2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승진한 A 팀장은 2016년 금감원 신입직원 공개채용에서 ‘가짜 카이스트 졸업생’인 B씨를 부정 채용하는 데 가담했다. 이 지원자는 서울 소재 한 대학을 졸업했지만, 카이스트를 졸업했다고 기재하며 지방 인재 가산점을 받았으며 금감원 인사팀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 그런데도 이 지원자가 필기시험 및 면접점수 합계 기준에서 불합격으로 분류되자 금감원은 공고에는 없던 세평을 도입하며 최종 합격시켰다.

A 팀장은 이외에도 수출입은행 김 모 부행장 아들이 필기시험에 탈락할 위기에 처하자 채용인원을 조작해 합격시키는 데 가담했고, 민원전문역 채용에서는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자를 바꾸는 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승진자인 C 부국장은 2014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임영호 전 의원의 자녀 부정 채용을 추진하던 윗선에서 서류전형 기준 변경을 요청받고 이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인사 직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감원은 징계를 이미 받은 사안으로, 내규상 승급·승호 제한 기간도 이미 지나 해당 직원의 승진을 제한하는 것은 공정한 처사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노조는 금감원의 설명과 달리 A 팀장의 승진은 내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문제가 된 A 팀장의 경우 2018년 12월에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정직에 대한 징계기록은 5년간 유지해야 하므로, 김 팀장에 대한 징계처분에 따른 불이익은 2024년 1월이 지나야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조는 이 같은 채용 비리에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짜 카이스트생 B 씨로 인해 당시 탈락한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구제돼 금감원에서 2019년부터 근무를 시작했지만, 채용이 취소된 B씨가 이를 철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 결국 승소하며 지난달부터 금감원에 복직한 상황이 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또, 노조는 채용 비리로 억울하게 탈락한 피해자 3명이 금감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금감원은 지금까지 총 1억 2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지만, 이에 대한 구상권은 행사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구상권을 아직 행사하지 않는 이유는 손해배상 금액이 유동적이며, 손해배상 금액이 유동적인 이유는 피해자 중 일부만 손해배상금을 청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한 마디로 다른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할 때까지 숨죽여 엎드려 구상금액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尹 원장 연임에 제동…차기 금감원장 하마평까지

노조에서 윤 원장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 원장의 연임도 제동이 걸렸다.

윤 원장은 이달 초 노조의 자진 사퇴 요구에 거취는 인사권자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으며 사실상 연임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금융위 의결을 거쳐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청와대가 산적한 현안 처리를 위해 새로운 인물 대신 윤 원장을 계속 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금감원 내분이 깊어지는 가운데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윤 원장의 연임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금감원장으로는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와 정재욱 KDB생명 사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금융권에서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 대사는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경제관료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최근 한미방위비 협상이 타결되며 전문분야인 금융권으로 복귀, 금감원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대사뿐만 아니라 교수 출신 인사가 새로 올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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