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공개채용은 1920년대 후반기부터 시작된 일본의 공개채용을 삼성물산이 1957년 도입하면서부터 대표적인 대졸자 신입채용 선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미성년자의 역량을 표준화하여 평가한 것이 오늘날 수능시험이라면 성인의 직무, 사회화 역량을 표준화, 자격화한 것이 사기업에서는 공채, 공공 부문에서는 고시 또는 공무원 시험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시험을 토대로 구직자를 선발한다는 점으로 일면 사회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로 발전하였다. 시험을 통한 채용은 구직자의 구체적인 직무에 대한 능력보다는 포괄적 직무 역량을 본다는 점에서 총체적 문제해결 능력을 쌓게 만들었다. 또한 동기 문화를 생성시키는 공채 선발 방식은 외국과 달리 연공서열식 호봉제 임금을 채택하게 하였다.
그러나 1997년 말 구제금융 위기 이후 고용 형태는 서서히 임시직, 비정규직으로 바뀌어 갔다. 채용 선발 방식도 대량의 공개채용보다는 경력직 중심의 수시채용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공개채용은 높은 선발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도 만만치 않은 애로사항이 있다.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채용이 일반화된다면 앞으로 청년층 채용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먼저 공개채용이 사라진다면 앞으로의 인재 채용은 직무에 적합한 일 경험을 더욱 중시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청년층 일자리 정책에서 직업경험 및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다. 수시채용은 시험 성적보다는 해당 직무에 대한 경력과 자격, 역량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직무관련 경험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구직자가 유리하다. 이러한 점에서 인턴 채용은 또 다른 채용 불공정성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리브스는 그의 저서 ‘20vs80의 사회’에서 미국의 기회 사재기 메커니즘 세 가지 중 하나로 인턴 자리 배분을 꼽았다. 미국 내 인턴은 특권층을 위한 적극적 우대 조치인 셈이다. 2014년 뉴욕시장 선거에서 경제사회적 불평등의 고리를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하여 당선된 빌 더블라지오는 그해 여름 자신의 딸과 아들이 뉴욕시청 이해충돌 심사에서 면제되어 인턴에 합격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빠 찬스’였다.
신규 구직자는 졸업 후 바로 대기업 채용이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 입사를 통해 관련 직무 경력을 쌓은 후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취업 전략을 취할 것이다. 지금보다 중소기업 인력 유출은 빈번해질 것이다. 노동이동이 자유로운 국가에서 더 좋은 직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대기업에의 종속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자생력이 나빠지고 임금 경쟁력이 없어 발생하는 구인난 상황이 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시채용은 해당 직무의 적합성, 전문성, 발전 가능성을 주로 보기 때문에 현재 연공서열식 임금제가 아닌 직무급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존의 공개채용은 채용시장의 이중구조를 지탱해온 장치이자 암묵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중구조를 인정한 선발 방식이었다. 그러나 수시채용은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가기 위한 정거장으로 활용하게 만들 것이다. 수시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경력과 역량이 충분하다면 지역, 성별, 학력 등의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이라는 사회적 공정성 교두보를 해체한 상태에서 개인의 역량과 전문성을 지역, 성별, 학벌, 혈연과 같은 봉건적 계급유지 장치로 이용한다면 우리 사회가 치를 사회적 갈등비용은 계산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시채용은 채용의 공정성에 대한 작금의 집단적 목소리를 분산시키는 장치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