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의 전성시대다. 과거 내로라하는 스포츠 선수부터 현역 선수들까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며 색다른 재미와 신선함으로 시청자들을 홀리고 있다.
예능가에서도 이들을 반기는 분위기다. 각 종목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냈던 선수들이 의외의 허당끼와 특유의 정신력과 승부욕을 선보이며 연예인 못지 않은 ‘아웃풋’을 내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포츠 선수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도 대거 등장하며 이들의 인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1대 스포테이너 강호동, 2대 서장훈, 3대는 안정환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이미 운동선수의 이미지는 지우고, 예능인에 가까워진 분위기다. 스포츠가 주가 된 예능 외에도 토크쇼, 쿡방, 리얼리티 등 다양한 소재의 예능에 출연해 자신의 예능적 끼를 뽐냈다. 서장훈은 JTBC ‘아는 형님’, SBS ‘동상이몽’, KBS JOY ‘연애의 참견’, ‘무엇이든 물어보살’ 등의 히트작을 만들었고, 안정환은 MBC ‘아빠! 어디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뭉쳐야 찬다’ 등에서 맹활약을 했다.
강호동, 서장훈, 안정환 외에도 박세리, 박찬호, 김연경, 허재, 현주엽, 이동국 등 예능에 뛰어든 스포츠 선수들이 많다. 박세리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일상을 보여줬다. 대전의 화려한 저택이 공개됐고, ‘부자 언니’라는 캐릭터 탄생을 알렸다. 이후 서울살이를 통해 큰 손 면모를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냈다.
‘식빵 언니’라는 별명으로 친근함을 얻은 김연경 또한 예능에서 환영받는다. 그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털털한 일상을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고, 이후 MBC ‘놀면 뭐하니’, SBS ‘집사부일체’, JTBC ‘아는 형님’ 등에 출연하며 거침없는 입담을 뽐내며 예능 섭외 1순위가 되기도 했다.
스포테이너들의 활약에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도 등장했다. JTBC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 후속으로 농구 예능 ‘뭉쳐야 쏜다’와 박세리·박찬호·박지성을 한 번에 섭외해 화제를 모은 MBC ‘쓰리박’, 여자 스포츠 선수들이 대거 출연한 E채널 ‘노는 언니’까지. 이처럼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종편까지 스포테이너들이 종횡무진하며 흥행 카드로 자리 잡았다.
방송가에서 스포테이너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능 출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보여주는 리액션이 투박하지만, 이는 곧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승화된다. 또 인지도와 호감도도 인기 연예인들만큼 높으므로, 방송가에서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쓰리박’을 연출한 이민지 PD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포츠 스타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 “실전 경험 때문인 것 같다. 스포츠 스타들은 어렵다는 생방송을 수백 번 하신 분들이다. 퍼포먼스도 좋고, 위험에 대처하는 센스도 뛰어나다. 이런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포츠인들은 예능인과 비슷하다. 인지도가 높아 스타로서 주목을 받는 것에 익숙하고, 방송에 필요한 순발력과 체력을 지니고 있어 예능에 최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스포츠 예능의 인기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때문에 스포츠 분야 자체가 침체됐다. 이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포츠 중계 자체를 예능화해서 경기 내용을 중계하고, 여기에 예능적 요소를 더해 스포츠 선수들의 캐릭터까지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포테이너들의 인기가 당분간은 지속되겠지만, 현재는 과도기적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스포테이너’란 말도 이제 옛말이 됐다. 스포츠인들이 방송 예능에 진출하는 것이 이미 수순이 됐고,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과거 외국인·셰프가 출연하는 예능이 인기 있다가 지금은 다 사라졌다. 스포테이너 또한 포화상태가 되면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낄 것이고, 방송가에서는 또 새로운 인물군을 발굴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