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차지연을 만났다. 지난달 28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 연극 '아마데우스'를 폐막한 소감과 연극, 뮤지컬, 영화, 방송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제 막 떠나보낸 살리에리를 떠올리며 "그를 만나면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충분히 아름답고 훌륭한 사람이고 잘해왔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저뿐만 아니라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 나아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까지, 모든 분에게 살리에리와 비슷한 마음이 있을 거예요. 자꾸 스스로 초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잖아요.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꾸 초라해지면서 자학하게 되는 부분들이 어쩔 수 없이 생기죠. 인간으로서 나약함은 어쩔 수 없나 봐요. 저도 똑같아요."
그래서일까. 차지연은 '예의·열정·성실함'을 자신이 가진 강점으로 꼽았다.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데뷔한 이후 '서편제', '아이다', '잃어버린 얼굴 1895', '위키드', '마타하리' 등 작품목록을 채워오면서 단 한 순간도 잊히지 않았던, 멈추지 않았던 비결이었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연습 때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허투루 하지 않았어요. 그게 제 무기예요.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더 좋게 살릴 수 있도록 재료로써 임하려고 했죠. 지금도 변하지 않아요."
차지연은 역할에 대한 남녀 장벽을 깬 '젠더 프리' 캐스팅을 일찌감치 받아들인 인물이기도 하다. '아마데우스'를 비롯해 뮤지컬 '광화문 연가', '더 데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까지 꽤 많은 작품에서 자신을 스스로 '여배우'에 가두지 않았다.
"저를 거침없이 실험적인 작품에서 캐스팅하실 수 있었던 덴 외모가 하나의 요소가 됐겠죠. 제 신장이나 체구가 작고 소중하진 않잖아요.(웃음)"
그는 작품이나 시대적 배경 떠나 자신을 변화무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색을 입혀준 이지나 연출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어떤 작품이든 믿고 맡겨주신 덕이죠. 쉽게 도전할 수 없고, 상상하거나 가능성도 생각하지 못할 작품에도 출연할 수 있어 축복입니다. 남자 배우가 가진 힘과 여성으로서 가진 매력을 퍼즐을 맞추듯 입체적으로 만드는 게 재밌어요. 성별의 장점만 부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죠. 그렇다고 함부로 하고 싶진 않아서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답니다."
차지연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2011년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 특별 출연한 이후 10년 만에 '모범택시'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제대로 된 드라마 연기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무대 연기와는 달라서 힘을 빼며 임하고 있다.
"드라마에선 새로운 역할을 만날 기회가 열려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저 배우는 무대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믿음을 준다', '저 배우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차지연의 다음 도전은 무엇이 될까. "김준수 씨와 더블 캐스팅으로 뮤지컬 '드라큘라'에 출연하거나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을 맡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