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과 기업의 대응

입력 2021-03-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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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제약, 희토류, 반도체, 배터리 4개 분야에 대한 공급망 취약점을 평가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에는 국방, 공중보건, 통신기술, 에너지, 운송 및 식품 생산 등 6개 분야의 광범위한 공급망에 대한 별도의 검토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국가 비상사태 때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에 의료 및 핵심 필수제품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희토류의 약 80%를 수입하며, 일부 의료제품의 경우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은 대미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새로운 수출통제법을 발효하여 미중 갈등이 전략자원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도 다르지 않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의 발상지이며 오랫동안 반도체 개발의 선두주자였다. 그러나 현재 세계 반도체의 대부분은 한국, 중국, 대만 등의 국가에서 제조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반도체 생산의 12.5%만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상당한 규모의 리튬 매장량과 제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전기자동차 순수출국이지만, 배터리 생산과 관련된 공급망의 선두주자는 아니다.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미 당국은 공급망 내 중요한 상품과 원료의 생산에 필요한 제조 능력과 기능에 대한 점검, 내부 생산 역량 확보 방안, 그리고 공급망에 존재하는 다양한 취약점을 찾아낼 것이다. 또한 주요 생산시설의 위치, 중요한 상품의 대체 가능성, 인력과 기술 격차에 대한 평가, 공급망 및 산업기지를 지원하는 운송시스템도 검토 대상이다. 그리고 공급망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권장사항과 새로운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세부적인 제안도 포함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 중 하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긴밀한 협의이다. 산업계, 학계, 비정부기구, 지역사회, 노동조합, 주와 지방정부 같은 이해관계자들과 폭넓게 협의하여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초당적 지지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의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최종 권고안을 도출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100일간의 검토 후 어떻게 행동할지는 확인되는 위험과 취약점에 따라 달라진다. 소프트한 정책 방안에는 투자 확대를 통한 경쟁력 향상이나 공급업체의 미국 이전을 장려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포함될 수 있다. 보다 강력한 방안으로는 국방물자생산법을 이용하여 기업이 미국 내에서 특정 상품을 생산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은 생산설비를 현재 운영 중인 국가에서 미국 본토나 동맹국 또는 파트너 국가로 이전하도록 요구받을 것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에서 호주, 대만, 일본 등 동맹국과 협력하여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의 잠재적인 영향권에 있는 미국 또는 우리 기업들은 우선 이 명령에 정의된 중요하고 필수적인 상품과 재료의 생산 또는 공급에 관여하는지의 여부를 포함하여 행정명령의 적용 범위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왜냐하면, 검토 결과에 따라 미 행정부가 확인하는 공급망 위험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는 기업의 생산활동과 공급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둘째, 이 명령은 관련 당국이 업계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미 행정부 관리 및 의회 대표들과 협력해야 한다. 셋째, 주요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중국 산업 또는 기업은 행정명령의 주요 대상일 수 있으며, 공급망의 잠재적인 재편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급망 재조정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반도체제조유한공사(TSMC)는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2024년부터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고, 일본에 2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센터를 건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호주 기업 리나스(Lynas)는 미 국방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텍사스에 희토류 가공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건설한 배터리 1공장은 올해 1월 시험생산에 들어갔고, 2공장 건설을 위해 약 15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번 행정명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사회에 혜택을 주며, 코로나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핵심 산업 부문에서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탄력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작업이 오랫동안 일자리 손실과 산업 쇠퇴로 고통을 겪은 미국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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