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 중립 경제를 위해 정부와 금융투자업계, 시민사회가 손을 맞잡았다. 기후금융 지지 선언을 위해 은행, 증권 등 민간 영역부터 공적 금융까지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선언을 계기로 한국 기후금융 성장세도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9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112개 금융기관이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식’을 통해 기후금융에 적극 노력하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 주최했으며 환경부·금융위원회·주한영국대사관이 후원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2050년까지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바가 있다.
이번 지지 선언 참여 금융기관들은 선언문을 통해 “사회변화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바로 자본의 이동이다. 자본은 고탄소 산업에서 저탄소로, 궁극적으로 탈 탄소 산업에 대규모로, 그리고 빠르게 유입돼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며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달성에 금융이 핵심인 이유”라고 금융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6대 약속’도 제시했다. △2050 탄소 중립 적극 지지 △금융 비즈니스 전반에 기후리스크를 비롯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 적극 통합 △기후변화 관련 국제적인 기준의 정보공개 지지 및 이에 따른 재무정보공개에 적극 노력 △대상기업에 기후변화를 비롯한 ESG 정보공개 적극 요구 △다양한 기후 행동으로 고탄소 산업에서 탈탄소 산업으로 자본 유입에 적극 노력 △기후변화 대응 관련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다.
주목할 점은 금융회사들이 실질적인 노력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지지 선언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탈석탄 선언 △TCFD 지지 △CDP(前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서명기관 등재라는 3가지 사항 중 최소 2가지 이상을 5월 말까지 충족해야 한다. 5월에 예정된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선언식을 계기로 한국 기후금융 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050 탄소 중립’ 관련 기후금융 지지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기준 112개 금융사의 총 운용자산 규모(AUM)는 약 5563조5000억 원에 달한다. 대형 금융그룹을 필두로 주요 보험사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공제회 등 금융투자업계가 동참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는 평가다.
KB, 신한, 우리, NH, 하나, BNK, DGB금융그룹은 계열사 모두가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 삼성의 전 금융 계열사도 참여한 점도 고무적이다. 그동안 삼성이 민간 석탄금융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이 컸기에 사회책임투자업계는 삼성의 참여를 환영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삼성이 석탄금융에 나선 규모는 15조1302억 원으로, 이 기간 전체 석탄금융 지원액의 25%에 달한다.
오히려 공적 금융의 참여가 저조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책은행 등도 민간 시장과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책은행으로는 IBK기업은행이, 공적 연기금과 공제회에서는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함께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영상으로 대신한 축사에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금융기관들이 기후금융 지지선언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줘서 감사하다. 탄소중립이 성공하기 위해선 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자본의 흐름이 탈탄소를 지향할 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금융 활성화를 약속하면서 "탄소중립 수행과정에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 각계 각층과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후금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참여·지지 의사를 밝힌다는 점에서 향후 기후금융 확산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정부도 금융권의 자발적인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의 선도적 지원확대, 민간자금 유입 유도, 관련 시장 인프라 정비 등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