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여러 은행의 본점, 증권사 등이 있는 금융 중심지 여의도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초 914억 원이 환매 지연된 IBK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의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 시위도 그중 하나다.
대책위가 시위를 한 날은 유독 추운 날이었다. 급한 대로 가방에 굴러다니는 종이를 모아 깔고 앉아 노트북을 켰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책위의 말을 받아 친 지 몇 분 만에 손가락은 굳어서 잘 움직여지질 않았다.
시위에 참여해 발언하는 피해자들 역시 마이크를 쥔 손과 내놓은 귀가 새빨갛게 변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시위를 이어나갔다. 초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할 수 있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일반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건 한정됐기 때문이다. 살이 에일 듯한 날씨에도 대책위는 “PB들이 위험성 높은 사모펀드인지도 설명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금감원은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의 징계 수위를 기존 중징계에서 주의적 경고 상당으로 경감했다.
한 금융사 임원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한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로 따뜻한 사무실에선 여의도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은 점으로 보였다. 그는 우리 금융 시장의 미래를 얘기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길에서 본 시위대의 굳은 표정과 대비됐다. 높은 곳에 있으면 사람은 사람이 아닌 점으로 보인다. 금감원과 금융사가 피해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사모펀드와 관련 결정을 내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높은 곳에서 내린 판단은 저 밑에 있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포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