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지난해 배당성향을 29.5%로 결정하면서 고배당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민간금융지주에게는 배당성향을 20%로 제한하면서 민간은행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행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는 오히려 고배당을 챙기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471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3729억 원으로, 작년 기업은행의 별도 당기순이익(1조2632억 원)을 감안하면 배당성향은 29.5%다.
배당금 총액과 배당성향 등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지분 59.2%를 가진 최대주주 기획재정부가 가져가는 배당금은 2208억 원이 될 전망이다. 2019년도 실적에 대해 기재부가 가져간 배당금 1662억 원보다 약 550억 원(32.85%) 늘어나는 셈이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2016년 30.8%를 기록한 이후 2017년 30.9%, 2018년 30.1%, 2019년 32.5%로 4년 연속 30%대 초반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4년 동안 30%대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다가 5년만에 20%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이 지나치게 높은 배당성향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정책금융이란 이유로 매번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에 영향을 받지 않는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은행지주와 은행의 배당을 순이익의 20%로 제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다만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정부가 손실을 보전한다는 이유로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2017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과 바젤 Ⅲ 자본규제강화를 앞두고 당시 금감원이 고배당 자제를 요청했을 때도 배당성향은 30.9%에 달했다.
고배당에 대해 기업은행 측의 입장도 난처하다. 사실상 최대주주인(지분59%) 기재부가 고배당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배당협의체에서 배당안을 결정한 뒤 기업은행 이사회에 넘긴다. 기업은행 배당금은 기재부 예산으로 편입된다.
기재부는 매년 높은 배당성향을 통해 곳간을 채워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KB·하나금융지주는 주당 배당금을 16∼20% 깎아 배당성향을 당국의 권고대로 20%로 결정했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도 배당성향을 20%에 맞췄다.
시중은행들은 기업은행 고배당으로 자칫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다.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에도 배당을 줄인탓에 추가 배당 요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당국 권고가 끝나는 6월말 이후 분기배당을 통해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