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지연과 불충분한 경기부양책에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유럽 경제 회복 속도가 미국보다 6개월에서 1년 뒤처질 수 있다고 2일(현지시간) CNN방송이 경종을 울렸다.
영국은 올여름 경기회복 궤도에 오르기 위해 신속한 백신 출시 계획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영국의 백신 접종 건수는 213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2%에 달한다. 미국의 백신 접종 건수는 7860만 건에 달하며 접종률은 23%를 나타냈다. 반면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의 접종 건수는 3451만 건으로, 전체 인구의 7%에 불과하다.
EU는 백신을 공동 구매하고 배포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할 계획이었지만,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등 주요 제약사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공동 대응계획이 와해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의 대응이 늦다고 여러 차례 비판해왔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EU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며 “이스라엘에서 백신을 조달하겠다”고 선언했다.
접종이 늦어질수록 경기 회복 가능성은 작아진다. 특히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어 고용시장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고용은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부양책도 다른 곳과 비교하면 훨씬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U 각국의 경기 부양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1%가량이다. 스페인이 4%에 그쳤고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11%로 비중이 가장 높다. 반면 영국은 16% 이상이고 미국은 약 17%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1조9000억 달러(약 2134조 원) 규모 슈퍼 부양책이 의회 승인을 받으면 미국은 그 비중이 25%로 껑충 높아진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EU의 8000억 유로(약 1084조 원) 규모 추가 부양책이 있기는 하지만, 게임 체인저로 꼽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새 부양책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카스텐 브레즈키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U의 새 부양책은 몇 년에 걸쳐 자금이 풀리는 것이어서 코로나19로 막대한 타격을 본 국가들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지 못할 것”이라며 “유럽의 단기적 위협은 백신이고, 장기적 위험 요소는 경기부양책”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유럽은 경기가 회복하겠지만, 다른 곳보다 늦고 다소 약해질 것”이라며 “유럽 경제는 일러도 2023년 초에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는 미국보다 6개월~1년 뒤처지는 것”이라고 비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