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논란의 아이콘이다. 부동산 시장 폭등을 풍자하는 만화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웹툰 작가 기안84가 이번엔 결혼 포기를 비판하는 웹툰을 공개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안84가 최근 연재한 네이버 웹툰 ‘복학왕’ 332화(청첩장 2화)에서는 주인공 우기명이 지인에게 청첩장을 전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회에서 우기명이 만난 지인은 “아파트도 그렇고 결혼도 포기했다. 결혼이라는 건 무시무시한 퀘스트”라며 “퀘스트라는 건 하나씩 깨나가야 제맛이지만 나처럼 능력자가 안되는 남자에게는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결혼은 능력 있는 유저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장면에서는 ‘맞벌이몬’, ‘자유박탈 몬’, ‘부동산 몬’, ‘건강보험 몬’, ‘사교육 몬’, ‘육아몬’, ‘비교 몬’, 등 결혼과 출산 등으로 맞닥뜨리게 될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을 괴물로 묘사했다. 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의 욕망 괴물에서 착안한 장면으로 보인다.
이후 우기명이 “예쁘고 성격도 좋은, 능력 있는 여자를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지인은 “그런 여자가 나한테 오겠냐”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앞서 기안82는 복학왕 웹툰을 통해 계속해서 집값 폭등과 청약 지옥, 아파트 공화국의 천태만상 등을 풍자하며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지적해왔다.
1월 26일 공개된 ‘복학왕’ 새 에피소드 ‘입주’편에서는 등장인물이 집을 구하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배달 일을 해 500만 원을 모았지만, 그 사이 부당산 가격이 1억 원이 올라 좌절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난해 10월 공개한 웹툰에서는 보름달을 향해 손을 뻗으며 “가끔은 기가 막힌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집 살길은 보이지 않는 게”라는 대사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인 ‘달님’을 통해 우회적으로 현 정부의 집값 폭등을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기안84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현 정권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갈등을 조장한다”, “웹툰에서 왜 정치 이야기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신랄한 풍자다”, “정치 풍자도 표현의 자유다” 등의 반응으로 기안84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기안84가 현 정부나 사회를 풍자하기 이전에 장애인 비하, 이주 노동자 차별 등 소수자를 비하하는 내용의 만화를 그려 수차례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웹툰에서는 여성 성기를 암시하는 묘사, 회사상관과 성관계 후 정직원이 됐다는 스토리 등으로 여성혐오 논란에도 휩싸였다. 추후 그는 이를 사과하고 해당 장면을 수정했으나, 시청자들은 그가 출연 중인 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의 하차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안84는 지난달 15일 동료 웹툰 작가 이말년이 진행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논란에 대해 “무섭다”는 심경을 전했다. 그는 “뭘해도 욕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시청자도 무섭고, 네이버도 무섭다. 왜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무섭게 변하는지. 내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나”라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를 꼬집는 것과 관련해서는 “20대 때는 나도 청년이었고 직업을 찾아 헤맸지만 이제는 잘 먹고 잘사는 축에 들어가니 (나 같은 사람이) 약자 편에서 만화를 그린다는 것이 기만이 되더라”며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이야기도 그려야겠다”고 밝혔다. 기안84는 2019년 서울 송파구 석촌동 소재의 상가건물을 약 46억 원에 매입했으며, 이 건물이 1년도 안 돼 약 14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