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덕도 신공항 가슴이 뛴다고

입력 2021-03-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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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가슴이 뛴다.” 부산이 아시아 금융 허브를 넘어서 세계적 물류허브로 발돋움한다고 한다. 그 중심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있다. 부산을 세계적 물류허브 도시로 만들고자 정쟁을 일삼던 여야가 오랜만에 한마음 한뜻으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야 협치에 화답하고자 신공항 특별법 통과 하루 전날인 지난달 25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서면 24시간 하늘길이 열리고, 하늘길과 바닷길·육지길이 만나 세계적 물류허브가 될 것”이라며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고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들으니 가슴이 뛴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노골적 선거 개입’이라며 탄핵 사유라고 비판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해주는 특별법 통과에는 힘을 보태줬다. 역사에 남을 아름다운 장면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통해 부산을 세계적 물류허브 도시를 만들겠다는데 국민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26일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인 53.6%가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중앙선거여론관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혜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54.0%)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광주·전라 지역에서 52.0%가 ‘잘된 일’이라고 찬성해 지역 타파를 앞장서는 모범 아닌 모범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 절반 이상은 부산이 가덕도 신공항을 중심으로 세계적 물류허브로 성장한다는 게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동아시아 물류허브 공항인 홍콩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상하이 푸동공항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과 경쟁하겠다는 가덕도 신공항이 미덥지 못한 모양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연평균 항공화물 수요는 약 280만 톤이다. 부산시 계획대로 된다 하더라도 40년 후 2060년 가덕도 신공항 항공화물의 수요는 63만 톤이다. 고작 ‘63만 톤’으로 세계적 물류허브가 된다고 한다. 부산시 목표대로 달성하더라도 홍콩공항의 8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인천공항보다 4분의 1 정도이지만 청와대와 여야, 부산시가 세계적 물류허브 도시가 된다고 한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 연결까지 미래를 내다본 높으신 분이 그렇다면 그렇다는 뜻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은 4대강 사업 예산(약 22조 원)보다 많은 28조7000억 원(국토교통부 추산) 신공항 건설 사업에 예타 면제라는 절차의 공정성을 무시하고 강수를 둔 것이 아닐까. 부산을 세계적 물류허브로 만들겠다는 큰 뜻에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그렇게 비난했던 4대강 사업과 닮은꼴의 무리한 사업 추진 과정을 추진하는 것일 거다.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 예산은 애초 13조 9000억 원에서 실제 22조 원을 초과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것도 4대강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오죽하면 지난달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만들 때 이헌승(국민의힘) 소위 위원장이 예타 면제 대표사례로 실패한 사업으로 꼽히는 전남 영암의 포뮬러원(F1)을 언급하면서까지 여야가 예타 조항을 없애는 쪽으로 결론을 냈을까.

다행히 이 같은 대업은 특별법에서 정한 예타 면제 사유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결정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이다. 줄곧 국가 재정 부담에 청와대와 여당의 정책에 반발해온 홍 부총리가 이번 신공항 예타 면제에 반기를 들 수 있다. 국무총리 시절 홍 부총리와 함께 일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번 4차 재난지원금 공방에서 “나쁜 사람”이라고 질타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한 번 사의를 표명했던 홍 부총리가 다시 직을 걸고 신공항 예타 면제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대통령부터 정치인까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들이 협심해 일하겠다는데 일개 부총리가 반대해 고춧가루를 뿌리면 얼마나 가슴이 뛰는 일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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