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열기 뜨거워…2월 M&A 122조원으로 사상 최대

입력 2021-03-02 14:56 수정 2021-03-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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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기업 상장 대안으로 주목받아
1~2월 글로벌 M&A의 20% 차지

올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 열기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50건의 스팩을 통한 인수·합병(M&A)이 이뤄졌으며 금액상으로는 1090억 달러(약 122조3000억 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스팩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들은 우선 돈을 모아 스팩을 만들어 상장한 다음 자금 모집 당시 목표로 밝힌 실제 비상장 기업과 기한 내에 합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절차 없이 비상장 우량기업을 손쉽게 상장사로 만들 수 있다. 영위하는 사업 없이 상장부터 먼저 진행한다는 점에서 ‘백지수표 회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스팩은 최근 M&A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1~2월 스팩은 전체 M&A 시장에서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스팩의 활발한 딜메이킹에 이 기간 글로벌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6% 급증한 7000억 달러에 달했다.

스팩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올해 들어 스팩 118개사가 총 580억 달러를 모았다. 지난 한 해 미국에서 224개 스팩이 780억 달러를 모집했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다. 투자 열기가 뜨겁다 보니 스팩 설립자도 빌 애크먼과 같은 베테랑 투자자에서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 래퍼 제이지(Jay Z)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국 마케나캐피탈매니지먼트의 잭슨 가튼 전무이사는 “과거 스팩은 ‘더러운 4글자’로 불렸지만, 지난 몇 년간 큰 변화가 생기면서 오명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워런 픽스머 스팩 부문 책임자도 “현재 스팩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 “스팩 설립의 폭발적인 증가를 보면 이러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지만, 비상장사가 상장하는 방안으로서 입증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월가에서는 우량기업의 상장 대안으로 스팩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가 대표적인 예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루시드는 지난달 22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스팩 처칠캐피탈4(Churchill Capital Corp IV)과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처칠캐피탈4는 시티그룹 전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클레인이 운영하는 스팩이다. 합병 논의 과정에서 인정받은 루시드의 기업가치는 240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한다.

시장 과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팩이 유망한 비상장 기업을 잘 골라 투자하면 상당한 투자 수익을 거두게 되지만, 합병 대상 기업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으면 투자자는 원금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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