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가계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는 등 시장금리 상승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돈이 너무 풀린 상황에서, 백신 접종과 함께 경기 개선 기대감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게 주된 요인이다. 국내적으로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은행들의 대출한도와 우대금리를 대폭 줄여 실질금리를 높이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달 25일 기준 연 2.59∼3.65% 수준으로 나타났다. 작년 7월 말 1.99∼3.51%와 비교해 6개월여 만에 하단이 0.6%포인트(p)나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저금리가 2.25%에서 2.34%로 소폭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인 금융채 단기물(1년 미만) 금리가 장기물 금리 상승과 연동돼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인다. 특히 미국의 금리 불안이 최대 변수다. 미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긴축 우려 때문인데,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2월 초 1.09%에서 25일 1.54%까지 급등했다. 26일 1.43%로 다소 진정됐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긴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불안감으로 지난주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쳤고, 원·달러 환율은 26일 15.7원이나 뛴 1123.5원으로 올랐다. 위험회피 심리로 외국인 자본이 대거 빠져나갔다.
인플레 우려가 시장금리 상승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문제는 우리의 막대한 가계부채다. 작년 말 가계빚 잔액은 1726조1000억 원으로, 1년 사이 125조6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집값이 치솟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과 함께 ‘빚투’(빚내서 주식에 투자)가 크게 늘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의 빚으로 주식시장이 과열된 측면이 크다. 그러나 경기 개선이 늦어지면 급속한 추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빚낸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자금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조달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이 더 가중하고 부실화할 우려도 높아진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놓는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개인별로 적용해, 원리금과 소득을 따져 상환능력에 따라 돈을 빌려준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신용대출을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리 변동성 확대로 가계부채와 금융시장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인플레 우려와 함께 미국발(發) 금리상승의 후폭풍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부채로 인한 취약계층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금융시장도 안정시킬 정교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자칫 경기회복도 금융 안정도 놓치고 가계의 고통을 키울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