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달 말로 예정된 쌍용자동차의 회생 개시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 시간을 확보한 쌍용차는 내달 중순까지 P플랜(사전 회생계획) 돌입을 위해 채권단과 투자자를 설득할 계획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과 관련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투자자 HAAH오토모티브 등 이해관계자 간의 협의가 지속하는 한 P플랜 제출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21일 법원에 회생절차개시와 함께 ARS 프로그램 신청서를 함께 접수했고, 법원이 이를 수용해 2월 28일까지 회생 개시 기간이 미뤄진 상태였다.
이후 대주주 마힌드라와 HAAH오토모티브, 산업은행 등의 협상이 사실상 좌초되자 쌍용차는 마지막 수단으로 P플랜을 추진했다. P플랜은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을 전제로 3개월 정도의 단기 법정관리를 거쳐 법원주도로 신속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쌍용차가 P플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계획과 산은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쌍용차가 내달 초중순께 P플랜을 신청하려면 마힌드라의 지분채권 삭감을 조건으로 내건 인도중앙은행(RBI)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아직 RBI의 승인은 나오지 않았다.
쌍용차는 RBI 승인이 나면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 계약을 맺고, 채권단 동의를 얻어 P플랜에 돌입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이르면 3월 안으로 P플랜 제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HAAH오토모티브는 자신들이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산은이 같은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산은은 이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HAAH오토모티브의 쌍용차 인수 의지는 강하지만, 자금줄을 쥐고 있는 투자자 측이 쌍용차의 부채 상황과 조업 중단에 따른 영향 등에 부정적이라 투자 결정이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내부적으로는 HAAH오토모티브와의 투자 계약이 무산돼 P플랜에 돌입하지 못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플랜이 무산되면 쌍용차가 법정 관리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협력업체가 연쇄 도산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