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 상황 속에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이달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 호조세를 불구하고, 국내 고용 상황은 악화일로다. 수출 증대 효과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04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7% 증가했다.
반도체(27.5%), 승용차(45.9%), 무선통신기기(33.6%) 등이 강세를 보인 것이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우리 수출은 이달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평균 수출을 비롯해 주요 품목이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달 수출이 플러스로 마감하면 수출이 회복했다고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제시한 3.2%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제시한 우리나라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3.5%로 올라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수출 호조와 4차 재난지원금 추진 등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3.3%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수출 증대 효과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출과 관련이 있는 제조업 일자리 현황에서 잘 드러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제조업 종사자(366만4000명)는 전년보다 7만2000명(1.9%) 줄며 8개월째 7만 명대 감소 폭을 지속했다. 수출 호조로 제조업 생산이 늘어나면 일자리도 증가한다는 일반적인 경제 논리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반도체의 고용유발계수가 저조한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도체의 부가가치성이 다른 품목보다는 높지만 일자리 창출력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내수 침체로 숙박·음식업 등 대면 서비스업의 어려움까지 더해지면서 고용 부진은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숙박·음식업 종사자 수는 전년보다 24만 명 줄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이 잘 되는 업종은 고용이 잘 일어나지 않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내수 서비스 업종은 경기가 잔뜩 가라앉아 있어 고용 창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 서비스업이나 중소중견기업 등은 업종에 따른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의 탄력 적용이 시급하며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한 각종 규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