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로 고공 행진하던 씨젠 주가가 연일 급락세다. 매 분기 역대 최고 실적 발표에도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적 악화 우려에 증권사 목표가도 줄줄이 낮추고 있다. 회계위반 이슈에 이어 대표이사 특수관계인의 지분 정리까지 더해져 시장에 적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씨젠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207% 증가한 4079억 원, 영업이익은 4921% 늘어난 2523억 원, 당기순이익 3170% 성장한 1796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18일 공시했다. 지난해 누적 기준 매출액은 1조1252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 ‘1조 클럽’ 가입에도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지난해 8월 30만 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최근 10만 원 대로 쪼그라들었다. 실적 성장세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진단키트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더 크게 반영된 셈이다.
증권사 목표치도 낮아지고 있다. 25일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씨젠 목표가를 18만8000원으로 낮추며 “주가 변동성이 커진 이유는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보이는데,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지난해 8월 28.6배에서 이달 6.4배까지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금성 자산 3000억 원을 보유한 점, 인수합병(M&A) 전문임원을 영입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최근 회계위반 이슈에 이어 대표이사 가족의 지분 매도도 시장에 부정적 신호로 반영되는 분위기다. 25일 천종윤 대표이사 특별관계자 7명은 보유 주식 9만8583주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총수대비 0.4%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천 대표의 가족이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지분을 정리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주가가 연일 급락하자 이민철 부사장 등 임원 26명이 20만 원 선에서 총 1만6299주의 회사 주식을 매입한 것과 반대되는 양상이다. 당시 임원진의 주식 매입은 향후 실적,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 피력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임원진의 주식매입 이후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는 실적, 테마를 선반영하는데, 씨젠도 코로나19 이슈, 진단키트 실적을 먼저 반영하며 주가가 크게 상승한 사례”라며 “씨젠, 랩지노믹스 등 진단키트 판매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한 기업들이 M&A 전문임원을 선임하며 신사업 활로를 찾고 있는데, 어떤 기업에 투자해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