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원 경기장은 흔히 예타 면제 실패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사례다. 준공 이후 5년도 채 안 돼 골칫거리로 전락했고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 중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속도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예타를 면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향후 가덕도 신공항도 포뮬러원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17일 국회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 1차 회의 속기록을 보면 이헌승(국민의힘) 소위 위원장은 "포뮬러원 같은 경우에 '예타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 이래 가지고 면제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09년 제정된 포뮬러원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지원법 제20조 2항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는 문구를 말한다.
당시 소위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논의하면서 사전타당성 조사(이하 사타), 예타 면제 조항을 넣느냐 마느냐로 논쟁을 벌였다. 19일 2차 소위에서 결국 사타, 예타 면제 조항을 넣기로 결론이 났지만 1차에서는 논란이 컸고 면제 조항을 없애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문제는 예타 면제 조항의 예로 대표적인 실패 사례인 포뮬러원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정식 명칭은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 사업'인 포뮬러원은 2009년 예타 면제를 받고 국비 4200억 원을 투입해 경기장을 건설했다. 그러나 흥행 부진으로 2014년부터는 경기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고 2019년 기준 운영비 6000억 원의 천문학적 손실을 안겼다.
포뮬러원 사업은 예타를 면제하다 보니 정부에서 심의도 없어서 건설 이후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도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은 1차 소위에서 포뮬러원 사업에 얼마가 들었냐는 이헌승 위원장의 질문에 "정부에서 심의를 안 해서 언론에서 찾아보니 민자까지 80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기사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애초 4200억에서 8000억까지 2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사타와 예타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사타에서 비용이 추산되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토부도 이달 초 국토위 위원들에게 전달한 분석보고서에서 사타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 것을 정부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사타를 통해 비용이 나오면 추후 논의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999년 도입된 예타의 역할은 정부와 국회의 결정을 보조하기 위한 정보 생산"이라며 "만약 결과가 나쁜데도 사업을 추진하려면 정치적인 책임을 지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