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예타 면제를 핵심으로 하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특별법은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찬성하고 있어 무리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가덕도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에는 전문가들에 따라 최소 10조 원에서 최대 22조 원까지 대규모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미 가덕도신공항이 2016년 공항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진행한 경제성 평가에서 김해 확장안, 밀양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가덕도 신공항은 11개 평가 항목(중분류 기준) 가운데 8개에서 꼴찌였다. 과도한 투자비용뿐 아니라 비항공적 위험, 시장 잠재력, 용량 확장성, 접근성, 지역경제 영향, 생태계 영향, 기타 위험 등에서 낙제점을 맞았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현시점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공사의 구체적인 규모와 향후 공항 건설지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의 규모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제정안에 따른 추가재정 소요를 합리적으로 추계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여야가 선거용으로 예타를 면제하면서 법과 제도가 무력화되고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토위 논의 과정에서 예타 면제를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으나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 등이 급히 상경해 이를 저지하는 촌극도 벌였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여야가 이번 특별법을 밀어붙이면서 예타 제도는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선거 때마다 특정 사업을 위한 특별법이 등장할 것이고, 그때마다 예타 제도는 무력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가덕도 지반 침하 가능성 등 안전상의 문제와 생태 파괴, 바다 매립에 따른 경제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공교롭게도 제주제2공항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토위를 통과한 날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우세하게 나오면서 정부가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 6년 만에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주신공항은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3차례나 보완 요구를 받는 등 정부가 애초에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제주도민 여론만 둘로 쪼개고 끝없는 갈등 상황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양대 대형 SOC 사업이 모두 좌초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