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술품 중에서 가장 한국적이고, 조형이 독창적이고 뛰어난 것은 단연 도자기일 것이다. 한국 도자의 특징은 인간이 만들었으나 마치 자연에서 만들어진 것과 같은 조형성에 있다. 그래서 한국 도자기는 누구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순수하고, 억지가 없다.
우리 도자 감정의 필요성은 예전부터 언급됐다. 우리 도자기는 수천 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자기(磁器) 문화는 신라 말 9세기부터 시작됐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분청사기가 있다. 수많은 청자와 백자, 분청사기가 현대에 전해지지만, 당시에 만들어진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모방한 가품이 상당량 만들어지고, 깨지고 부서진 것은 감쪽같이 수리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품과 수리품이 시중에 나돌고, 시비가 끝이 없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사학자이자 감정가인 저자는 2020년까지 거래된 도자기의 상당 부분에 대해 감정 의뢰를 받았다.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퇴직 이후인 2000년부터 개인 사무실에서 감정 업무를 봤다. 이 중 분명하다고 생각되는 2000여 건에 대해선 그 특징과 개성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전체와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자료화했다. 그중 640여 점이 책에 수록됐다.
도자기 감정은 도자기를 연구하는 기초 자세이다. 도자기 감정은 하나하나 유물을 열 번, 스무 번 보고, 눈으로 익히고, 확대경으로 수없이 들여다보고, 형태나 문양 등을 그리고, 그 특징을 상세히 기록하고, 사진도 전후좌우 상하를 많이 찍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