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 연봉인 27억 원 제시
SK 와이번스부터 신세계로 이어진 ‘14년 정성’ 통해
신세계야구단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영입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추신수 선수의 합류로 신세계야구단은 시작부터 야구팬들로부터 막강한 지지를 얻게 됐다.
신세계야구단은 추신수 선수로부터 한국행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지 나흘 만에 영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추신수 선수 영입은 하루 이틀 만에 이뤄진 성과는 아니었다. 추신수 선수 영입 스토리는 그야말로 영화를 방불케 한다. 그 내막을 알아봤다.
신세계그룹이 추신수 에이전트와 처음 접촉한 것은 지난 1월 7일이다.
신세계는 SK그룹 야구단 인수 결정 직후부터 추신수의 영입을 추진했다. 새롭게 구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화제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SK 와이번스는 2007년 4월 진행된 해외 선수 특별지명(1순위)에서 추신수를 지명한 바 있다. 당시 특별지명으로 SK 와이번스는 추신수가 국내 리그로 복귀할 경우 ‘우선 지명권’을 갖게 됐는데, 신세계그룹이 구단을 인수하면서 우선 지명권 역시 넘겨받게 됐다.
신세계는 에이전트를 통해 추신수에게 ‘새 팀의 간판선수’이자 ‘신세계야구단 영입 1호’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추신수가 가장 우려한 부분은 ‘가족’이었다. 2001년 부산고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난 추신수는 1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생활 터전도 미국이다. 특히 내년에 대학 진학을 앞둔 아들의 진로 문제가 있었다. 추신수는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했다.
추신수는 신세계와 접촉 한 달여 만인 2월 19일에야 한국행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계약 협상이 시작됐다. 추신수 에이전트는 “미국 메이저리그 연봉 제시 수준을 감안해줄 것”을 요청했다.
신세계는 연봉 27억 원을 제시했다. 종전에 이대호가 보유했던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 연봉인 25억 원을 뛰어넘는 액수였다.
추신수는 최종 계약 직전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추신수는 “한국행을 굳혔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고, 가족들은 추신수의 의지가 강하다는 걸 알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추신수는 22일 오전 신세계야구단과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조건을 조율하기 시작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속전속결 계약이었다.
추신수의 KBO리그행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계약이 끝나가던 지난 시즌 막판부터 말이 나왔다.
시즌 막바지 인터뷰에서 ‘KBO리그에서 커리어를 끝내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봤나’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만약 내가 거기서 뛴다면 팬들이 좋아할 거 같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KBO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내 리그로의 복귀는 구단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때 힘이 됐던 것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었다.
정 부회장은 구단 인수 후 “추신수가 우리 선수 선수라면서요?”라며 우선 지명권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구단은 이를 계기로 정 부회장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발판으로 추신수 영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이에 민경삼 신세계야구단 사장은 추신수 입단을 적극 추진하게 된다. 민경삼 사장은 SK 와이번스에서 2007년 해외 선수 특별지명으로 추신수를 뽑자고 한 주역이다. 그는 “(추신수를) 우리 선수라고 생각한다. 타이밍이 좋지 않느냐”며 추신수를 설득했다.
추신수도 SK 와이번스에서 신세계야구단으로 이어진 14년간의 일편단심 정성에 감동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