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물동량 증가로 미국 주요 항만에 대기 중인 선박 규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사들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화주들의 화물을 제때 운송하지 못하지만, 공급 부족 여파로 운임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4일 해운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로스앤젤레스(LA)ㆍ롱비치 항만 인근에 컨테이너선 35척이 닻을 내리고 접안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말 대기 중이었던 선박 규모(37척)와 비교했을 때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2015년 미국 서부 항만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당시 항만에 대기했던 선박이 20~25척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다.
미국의 다른 항만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서배너 항만에는 16척의 선박(12일 기준)이 대기 중이다. 뉴욕 항만의 선박 접안 대기 시간도 1~2일 지연되고 있다.
선박 접안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동량 증가로 항만에서 화물 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미국 통관조사회사인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 아시아 10개국에서 출발하는 미국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달 168만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이다.
항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는 등 노동력 부족도 적체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지난달 말 LAㆍ롱비치 항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700명 나왔다.
적체 현상은 해운사들에 나쁜 소식은 아니다. 수급 불균형으로 해상운임은 오르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9일 기준 2875.93포인트이다. 10일(2825.75포인트)과 비교했을 때 50.18포인트 올랐다. 예년보다는 2배 이상 높다.
운임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사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
HMM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9808억 원)을 달성한 바 있다. 팬오션은 전년 대비 7.2% 오른 영업이익 2252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증권 이창환 연구원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해운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운임 하락을 방어했기 때문에 올해 운임이 급격하게 하락할 확률은 낮다”고 분석했다.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항만에 접안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운항 일정은 꼬이게 된다”라며 “정해진 기간에 화물을 운송하지 못하는 만큼 적체 현상은 화주와 신뢰관계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