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판치는 불법의약품(하)] “한 도둑을 열 포졸이 못 막는다”

입력 2021-02-23 05:00 수정 2021-02-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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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2-22 18:32)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향정신성 비만 치료제 ‘디에타민’ 대리처방과 남성 기능성 의약품 ‘JAPAN TENGSU’ 온라인 구매는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불법 의약품 유통 및 구매에 대한 처벌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를 관리·감독할 정부와 플랫폼 측의 미온적 태도에 불법 의약품 온라인 판매가 횡행하고 있다.

◇불법 의약품 유통, 처벌받은 건수 사실상 無= 약사법 제44조는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전상비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의약품은 온라인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약사가 아닌 사람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고, 전문의약품의 경우 약사도 의사의 처방 없이 판매할 수 없다.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약사법 제61조의 2(의약품 불법판매의 알선·광고 금지 등)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의약품이 판매되는 행위를 발견한 즉시 식약처장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처벌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서정숙(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 위해 사범 중앙조사단’이 최근 3년간 전문의약품 관련 약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한 실적은 연평균 30건에 불과하다. 구속영장 청구는 연간 5건이 채 되지 않는다. 연평균 3만 건의 불법 의약품 유통이 모니터링에 잡히고 있지만, 실제 수사기관에 연결하는 건수는 0.1%뿐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 실적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며 “수시로 해당 행위를 감시하는 활동도 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내부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다. 송치한 건수만으로 실적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도 “불법 의약품이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차단을 하는 것이지, 유통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두 기관 모두 불법 의약품의 유통을 막을 수사기관과의 공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빈틈을 타고 온라인에서는 ‘아이*(마약 중 가장 중독적인 메스암페타민의 은어)’, ‘작대*(필로폰이 들어 있는 일회용 주사기)’ 등을 키워드로 해 마약류를 비롯한 의약품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처벌 가능성이 작다 보니 의약품 불법 유통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식약처는 온라인 의약품의 불법 유통 적발 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시정요구(차단 요청)를 하고 있다. 방심위의 최근 6년간 ‘통신심의 제재종류별 의결 내용’을 살펴본 결과 최근 6년간 불법 식·의약품 심의 건수만 21만 건을 넘었다. 2017년 기준 불법 식·의약품 심의 건수는 1만8571건에서 2020년 기준 3만7658건으로 훌쩍 뛰었다. 반면 이를 관리 감독하는 식약처의 온라인 모니터링 요원은 28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15명은 계약직이다. 식약처의 심의 요청을 접수하는 방심위의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불법 식·의약품, 마약류 관련 모니터링을 전담하는 요원은 8명, 직원은 2명에 불과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020년 기준 식약처 심의요청 이후 시정요구까지 평균 15.3일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불법 의약품 판매 계정들도 식약처에 신고한 지 5일이 지나서야 방심위 민원으로 등록됐다. 민원 등록 후 2주가 넘는 동안에도 불법 의약품이나 마약류를 판매하는 계정들은 차단되지 않고 활동을 지속했다. 불법 의약품 판매로 신고가 접수돼도 2주 이상의 여유가 있고, 계정 차단 없이 불법 의약품 판매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따라 플랫폼 대처도 미적지근 = 정부의 느린 대응과 맞물려 불법 의약품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단속도 미적지근하다. 실제 포털에 ‘스테로이드’나 ‘위장약’ 등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의약품을 살 수 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카카오 쇼핑하우 등은 모니터링 기술을 통해 의약품 판매를 필터링, 관련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키워드를 막아도 띄어쓰기를 한다든지 단어를 살짝 바꾼다든지 해서 피해 나간다”며 “의약품 종류가 너무 많고 전문가를 데려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한 도둑을 열 포졸이 못 막는다”며 “플랫폼과 관계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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