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적문'에도 유구무언 與

입력 2021-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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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문적문’.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적은 현재 문 대통령 본인이라는 뜻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연달아 터지는 본인의 비리 의혹에 대해 과거 비판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나온 ‘조적조’(과거 조국의 적은 현재의 조국)와 함께 야권이 여권의 이중성을 비꼬는 표현이다. ‘문적문’이 근래 잦아졌다.

문 대통령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일 적 “선거법은 경기의 규칙이다. 지금까지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말 한 바 있다. 그런데 2019년 범여권은 야당을 패싱한 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이 말한 경기의 규칙은 무너졌다.

문 대통령은 또 2012년과 지난 대선에서 검찰 인사 관여를 악습으로 규정하고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과거 박근혜 정권이 채동욱 검찰총장을 압박해 사의를 받아냈을 당시에는 야당 대표로서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는 페이스북 글까지 올렸다. 그런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 수사 이후 ‘윤석열 사단’ 검찰 간부가 밀려나면서 논란이 일자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 있다.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 인사 문제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시계를 돌려보자. 박근혜 정권 시절 김영한 민정수석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의 갈등으로 사의를 표한 적이 있다. 당시 당권주자이던 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런데 지금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사의를 반려한 채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또 다시 원칙은 무너졌다.

‘문적문’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문제가 터져도 도대체 입을 떼질 않는다.

이낙연 대표는 신 수석 질문이 거듭되자 취재진에게 짜증만 부린다. 열린우리당 시절 ‘108번뇌’까진 아니어도 임기 말 대통령에 지적 한 번 못한다면, 과연 여당은 ‘거수기’라는 야당의 비아냥에 할 말이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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